HYUNDAI MOBIS

조언하거나 설득하지 말고
잘 들어주세요

문화치유전문가 박상미

‘나를 믿고 응원해주는 한 사람의 힘’을 믿는 공감 스토리텔러 박상미는 상대의 이야기를 ‘잘’ 들어주는 것이 가족과 동료에게 공감과 위로를 전하는 요령이라고 말한다.
눈을 바라보고, 고개를 끄덕이며, 손을 잡아주면서 듣고, 자신의 생각이 아닌 소망을 말하는 것이 그가 제안하는 소통법이다.

글 채희숙(자유기고가) 사진 정우철

교도소와 소년원에서 문학 · 영화 치유학교를 열고, 문화와 인문학으로 마음을 치유하는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심리학 콘서트와 개인 · 가족 상담을 진행하며 함께 사는 따뜻한 세상을 만들어 가는 중이다.

교도소와 소년원에서 문학 · 영화 치유학교를 열고,
문화와 인문학으로 마음을
치유하는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심리학 콘서트와 개인 · 가족 상담을 진행하며 함께 사는
따뜻한 세상을 만들어 가는 중이다.

‘공감과 치유’로 따뜻한 세상 만들기

글 쓰는 사람들이 붙여준 그의 직업은 ‘공감 스토리텔러’다. 서울여대 초빙교수로 학생들을 가르치고, 문학박사로 여러 매체에 문화평론을 쓰고, <주간경향>에 우리 사회 명사들의 인터뷰 기사를 쓰고, <할머니의 보물찾기>라는 작품으로 동화작가로 데뷔하고, 입양인과 미혼모들의 삶을 다룬 다큐멘터리를 찍고, CBS ‘세상을 바꾸는 시간’ 등 여러 방송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다채로운 활동이 모두 ‘공감과 치유’라는 하나의 목표를 향하고 있기 때문이다.
힘들고 아픈 마음을 문화로 위로하고 치유하는 작업은 그가 설립한 법인 ‘The 공감 커뮤니케이션’을 중심으로 폭넓게 이루어진다. ‘더 공감 마음학교’ 소속 선생님 네 명과 각 분야 전문가, 자원봉사자들이 재능과 시간을 기부해 동참하고 있다. 교도소와 소년원에서 문학 · 영화 치유학교를 열고, 문화와 인문학으로 마음을 치유하는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심리학 콘서트와 개인 · 가족 상담을 진행하며 함께 사는 따뜻한 세상을 만들어 가는 중이다.
경기도 여주의 소망교도소에서 글짓기 자원봉사를 하면서 시작된 치유 사업은 4년 정도 지난 지금 상당한 성과를 거두고 있다. ‘영화치유학교’와 ‘문학치유학교’가 재소자들의 호응을 얻자 법무부에서 교화방송에 영화 치유 프로그램을 넣어보자는 제안을 했고, 2016년 1월부터 영상을 통해 전국 52개 교도소 5만여 명의 재소자들과 만나고 있다. 재소자 가족을 지원하는사회단체와 연계해 안양교도소에 독립적인 가족접견실을 마련했고, 가정 해체를 막자는 취지로 전국 교도소에 가족접견실을 확대할 예정이다.
교도소 다니는 일이 무엇이 좋아 그리 열심이냐는 질문을 많이 받는다는 그는 “사람 마음 비슷한데 저도 재미있게 놀고 싶어요. 하지만 누군가는 꼭 해야 하는 일이고, 할 사람이 부족하니 제가 해야지요.”라며 더 많은 사람들의 관심과 동참을 요청했다. 자신의 분야에서 성과를 이룬 명사들과 사회와 단절된 재소자들. 상대적인 입장의 사람들을 만나면서 그가 느낀 점은 ‘나를 믿고 응원해주는 한 사람의 힘’이었다. 목표를 이룬 사람들 곁에는 무조건 믿고 응원해주는 사람이 있는 반면, 재소자 중 상당수는 그런 존재가 단 한 명도 없었다. 그래서 그 한 사람, 세상이 다 외면해도 믿고 응원해주는 오직 한 사람의 역할을 그가 하고 있는 것이다.

나를 믿고 응원해준 한 사람, 아버지의 힘

나를 믿고 응원해준 한 사람, 아버지의 힘

‘작가’라는 호칭을 가장 좋아한다는 문화치유전문가 박상미 대표에게 ‘그 한 사람’은 작고하신아버지였다. 담임 선생님이 이름 대신 ‘문제아’로 불렀던 중학생 시절 그는 수업 시간에 소설책만 읽었다. 학교보다 시립도서관에서 더 많은 시간을 보냈고, 무단 조퇴하고 학교를 벗어나 예술 영화를 보았다. 그레이브스병을 심하게 앓던 상황에서 고입 시험에 떨어져 중학교 졸업 후에는 소속 없는 16살로 1년을 살았다. 마주치는 모든 ‘어른’들의 따가운 시선 속에서 ‘실패한 인생’, ‘죽고 싶다’는 생각이 떠나지 않았다.
그래도 아버지는 늘 딸 편이었다. 딸이 문예상에 응모하려고 소설과 시를 쓰면 오자가 없는지 밤새 교정을 보고, 첫 소인을 찍어 보내려고 이른 아침 우체국 문 앞에서 기다렸다. 공대 출신이면서도 문학을 사랑한 아버지가 딸에게 써준 손 편지 수십 통은 대부분 독서 편지였다. 그 정성이 그를 문학 특기생으로 만들었고, 오늘날의 박상미를 존재하게 했다. 대학 때 아버지가 암으로 돌아가신 뒤 10년여 동안 그는 그 존재의 힘을 잃었다.
대학을 졸업하기 위해, 살기 위해 20대 중반부터 쉬지 않고 일을 했다. 인터넷 강의 논술 강사로 인기를 얻어 개인 학원을 운영하며 일년 내내 쉬는 날도 거의 없이 고3 학생들과 함께 보냈다. 경제력이 풍족해질수록 허전해지는 마음은 공부로 채웠다. 학부와 첫 번째 석사로 문학을 했고, 두 번째 석사로 심리학을 전공했다. ‘학위 중독자’라는 주변의 비아냥에도 아랑곳하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문득 ‘내가 누굴 가르치고 있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부유층 아이들을 가르쳐 명문대 보내기에 앞장서고 있는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고 ‘인생을 낭비하고 있구나’ 싶었다. 서울시의 고아원과 지역 복지관에 연락해 “공부하고 싶은 아이들을 무료로 가르쳐서 대학 보낼 테니 보내달라.”고 말했더니 대답은 “시설 아이들은 초등학교 고학년이 되면 스스로 공부를 포기한다. 미용이나 기술 가르칠 거 아니면 연락하지 말라.”였다. 다음날 학원을 정리했고, 36살에 대중문화 전공으로 박사 과정에 입학했다. 운 좋게 독일 학술교류처(DAAD) 장학생으로 선발되어 4년 동안 방학마다 독일에 가서 공부하며 독일에 입양된 사람들을 만났고, 빚을 갚는 심정으로 미혼모와 입양인의 삶을 영화로 찍겠다는 결심을 했다.

아버지는 늘 딸 편이었다. 딸이 문예상에 응모하려고 소설과 시를 쓰면, 오자가 없는지 밤새 교정을 보고, 첫 소인을 찍어 보내려고 이른 아침 우체국 문 앞에서 기다렸다. 문학을 사랑한 아버지가 딸에게 써준 손 편지 수십 통은 대부분 독서 편지였다. 그 정성이 그를 문학 특기생으로 만들었고, 오늘날의 박상미를 존재하게 했다.

자신의 생각이 아닌 소망을 말해야 공감한다

아버지와 자신의 모교인 한양대학교에서 지난해 ‘대장금을 통해 본 한류 스토리텔링 발전방안 연구’라는 제목으로 박사학위를 취득한 그녀는 지금까지 공부하고 경험한 것들을 토대로 아픈 마음을 치유하는 책을 쓰고 강의를 하고 다큐멘터리도 만들면서 자신이 받은 사랑을 주변에 나누고 싶어 한다.
인터뷰 에세이 <마지막에는 사랑이 온다>(2015)와 <나를 믿어주는 한 사람의 힘>(2016)을 발간한 데 이어 올해는 독일 학자들과 함께 쓴 한류 관련 서적이 한국과 독일에서 동시 발행될 예정이다.
지난 연말 출근길, 지금 가장 사랑하는 사람이면서도 가장 자주 다투는 어머니와 언쟁이 있었다. “옷을 그렇게 얇게 입고 돌아다니니 감기 걸리지.”라며 딸을 걱정한 어머니 말투에 “내가 지금 놀러 나가나, 돌아다니게.”라며 발끈한 게 화근이었다. 몇 시간 후 사과 문자를 보낸 어머니에게 그는 노트 세 권을 선물했다. ‘기억나는 대로 엄마의 이야기를 써보세요’라는 제안과 함께. 그 노트는 몇 개월이 안 되어 가득 채워졌고, 엄마와 딸은 서로를 이해하며 함께 변했다. 재소자들도, 70대 엄마도 변하는 걸 보고 그는 ‘사람은 누구나 변한다’는 확신을 가질 수 있었다.
“자신의 생각을 말하지 말고 소망을 말해야 상대가 공감합니다. 엄마가 ‘감기 걸리지 않도록 옷을 따뜻하게 입어라’고 소망을 말했다면 제가 바로 공감했겠지요. 집에서가족에게, 회사에서 동료에게, 공감과 위로의 방식은 똑같아요. 상대의 이야기를 눈을 바라보고, 고개를 끄덕이며, 손을 잡고 들어주면 됩니다. 함부로 조언하거나 설득하지 말고 잘 들어주기만 하면 됩니다. 답은 이미 본인이 알고 있으니까요.”

자신의 생각이 아닌 소망을 말해야 공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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