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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슷한 듯 다른 두 나라
호주와 뉴질랜드의 자동차 이야기

왈라비와 키위(Wallabys and Kiwis). 호주와 뉴질랜드인들이 스스로를 부르는 말이다.
두 곳은 영국계 백인 이민자들이 개척한 목축의 나라라는 이미지는 비슷하지만, 들판을 뛰어다니는 작은 캥거루와
날지 못하는 야행성 새 키위(뉴질랜드의 상징 조류) 만큼이나 자동차 문화는 제법 다르다.

글 박지훈 편집장(월간 자동차생활)

비슷한 듯 다른 두 나라 호주와 뉴질랜드의 자동차 이야기

호주를 대표하는 브랜드 홀덴 vs 포드

호주(Australia)의 자동차 문화를 말할 때 먼저 쌍벽을 이루는 두 자동차 브랜드의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 없다. 하나는 홀덴(Holden)이며 다른 하나는 호주 포드(Ford Australia)다. 명백한 미국 브랜드인 포드가 굳이 호주 포드라는 이름의 자국 브랜드로 널리 인식된 것은 이들이 세상 어느 곳에서도 팔지 않는 호주 전용 모델을 개발하고 생산까지 해왔기 때문이다. 홀덴이 1931년 일찌감치 GM 산하로 편입된것을 생각하면 실질적으로 GM과 포드의 대리전이 호주에서 따로 펼쳐졌던 셈이다.
호주는 광막한 농장을 운영하기 위해 일치감치 농업용 경트럭 문화가 자리 잡았다. 대륙적인 풍토는 언뜻 미국과 비슷하지만 영국연방의 특성상 미국과 다른 운전대 방향과 ‘아웃백’으로 대변되는 광활한 사막의 거친 주행 환경이 필연적으로 호주 시장에 맞는 차를 개발할 필요성을 불러일으켰다. 특히 독자적인 자동차 개발에 큰 영향을 주었던 것은 제2차 세계대전이었다. 전쟁 기간 동안 일본의 해상 공격에 시종일관 신경을 곤두세웠던 호주 정부는 외부의 기술 의존 없이 자동차를 만들 것을 결심하고, 비용 대비 효과를 이유로 곤란해 하는 자동차 회사에 막대한 정부 지원금을 주며 등을 떠밀었다.
최초의 고유 모델 홀덴 48-215가 1948년에 출시된 뒤 호주의 자동차 산업은 성장을 거듭했고 그것이 정점에 이르러 등장한 차가 60~70년대 출현한 홀덴의 코모도어(Commodore)와 포드의 팰컨(Falcon)이었다. 거칠고 광활한 호주의 환경과 소비자의 요구에 특화된 이들 고유 모델은 이후 5m를 넘나드는 넉넉한 차체에 6~8기통 엔진을 얹을 수 있는 후륜구동 자동차라는 정형화된 플랫폼으로 자리 잡게 되었다.
호주의 라이프스타일을 반영한 차인 만큼 수요도 많아서, 이 차들을 기반으로 왜건과 쿠페 같은 갖가지 파생형도 만들어졌다. 600마력을 넘는 하이퍼 스포츠 모델이나 휠베이스를 늘인 럭셔리 세단도 나왔으며, 그 결과물인 스테이츠맨과 카프리스가 한동안 한국에 수입되기도 했다.

1 덩치 큰 차체에 V6와 V8 엔진을 주로 얹었던 홀덴 코모도어(90년대) 2 홀덴 코모도어(왼쪽)와 포드 팰컨. 호주인들이 즐겨 타는 대형 세단이다.

1 덩치 큰 차체에 V6와 V8 엔진을 주로 얹었던 홀덴 코모도어(90년대)
2 홀덴 코모도어(왼쪽)와 포드 팰컨. 호주인들이 즐겨 타는 대형 세단이다.

호주 자동차 문화의 큰 축, 유트

3 유트는 승용차의 뒷부분을 적재함으로 개조한 승용 픽업 모델을 말한다. 4 이 차들을 트럭이라고 무시했다가는 큰코다친다. 고성능 엔진을 얹어 스포츠카 뺨치는 성능을 내는 차들도 많다. 5 트랙을 질주하는 유트

3 유트는 승용차의 뒷부분을 적재함으로 개조한 승용 픽업 모델을 말한다.
4 이 차들을 트럭이라고 무시했다가는 큰코다친다. 고성능 엔진을 얹어 스포츠카 뺨치는 성능을 내는 차들도 많다.
5 트랙을 질주하는 유트

유트(UTE)도 호주 자동차 문화에서 빼놓을 수 없는 차다. 넓은 의미에서 유트는 토요타 하이럭스로 대표되는 픽업트럭 전체를 의미하지만, 엄격하게 구분하면 승용차의 일부를 개조한 승용 픽업 모델을 뜻한다. 앞에서 보면 분명 승용차로 보이는 차들이 앞좌석 뒤로 거대한 적재함을 달고서 짐과 장비를 싣고 달리는 장면은 호주에서 쉽게 마주할 수 있다. 한국의 1t 트럭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라 할 수 있지만, 이 차들을 트럭이라고 무시했다가는 큰코다친다. 5~6L급 V8 엔진을 얹은 고성능 버전의 가속력은 웬만한 스포츠카의 뺨을 치며, 최신 모델은 아예 쉐보레 콜벳의 LSA 엔진 을 장착해 600마력에 가까운 힘을 내기도 한다. 당연히 이들 차로 레이싱을 하기도 한다.
유트가 떼를 지어 달리는 레이스도 특이하지만, 호주에서 가장 유명한 자동차 경주는 역시 V8 수퍼카 챔피언십이다. 코모도어와 팰컨 세단 등을 투어링카로 개조해 달리는 레이스로, 다른 나라에 투어링카 레이스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길이가 5m가량 되는 풀사이즈 세단들이 떼를 지어 달리는 경우는 호주가 거의 유일하다. 거대한 덩치의 차들이 굉음과 함께 화염을 내뿜으며 돌진하는 광경도 이색적이지만 무엇보다도 레이스 자체가 엄청나게 치열하다. 코너를 선점하기 위해 몸싸움조차 마다하지 않는 전투적인 레이스가 하루 종일 펼쳐지는 동안, 홀덴과 포드 양쪽의 팬들은 맥주를 마시며 자신의 브랜드를 응원한다.
이 같은 자체 레이스 외에도 호주에서는 세계 모터스포츠의 양대 산맥으로 통하는 F1과 WRC가 열리고 있다. F1은 보통 시즌 초반에, WRC는 시즌 끝에 열리는데, 지난해 11월에 열린 2016 WRC 최종전 호주 랠리에서 현대팀의 에이스 드라이버 티에리 누빌이 3위, 헤이든 패든이 4위를 차지한 바 있다.

6 지난해 열린 WRC 호주 랠리에서 질주하고 있는 현대팀의 머신 7 WRC 경기에서 질주하고 있는 현대쉘모비스월드랠리팀의 머신 8 현대모비스가 타이틀 스폰서인 팀에서 대표 선수로 활약 중인 티에리 누빌(오른쪽)과 그의 코드드라이버 니콜라스 9 호주에서 가장 유명한 자동차 경주인 V8 수퍼카 챔피언십

3 유트는 승용차의 뒷부분을 적재함으로 개조한 승용 픽업 모델을 말한다.
4 이 차들을 트럭이라고 무시했다가는 큰코다친다. 고성능 엔진을 얹어 스포츠카 뺨치는 성능을 내는 차들도 많다.
5 트랙을 질주하는 유트

6 지난해 열린 WRC 호주 랠리에서 질주하고 있는 현대팀의 머신
7 WRC 경기에서 질주하고 있는 현대쉘모비스월드랠리팀의 머신
8 현대모비스가 타이틀 스폰서인 팀에서 대표 선수로 활약 중인 티에리 누빌(오른쪽)과 그의 코드드라이버 니콜라스
9 호주에서 가장 유명한 자동차 경주인 V8 수퍼카 챔피언십

변혁기에 접어든 호주의 자동차 산업

이런 호주만의 자동차 문화도 이제 전환기를 맞고 있다. 90년대 말 한때 50만 대에 달했던 자동차 생산량은 점차 하락세로 치달았고, 호주달러의 강세와 고임금, 경쟁력 있는 수입 모델의 출시로 하락세는 지속적으로 이어지고 있다. 현재는 갈수록 늘어나는 정부 보조금 지급 압박에 견디지 못한 호주 정부가 지원 종료를 선언한 상황. 호주 포드는 이미 자체 생산을 멈추고 원포드 전략에 따라 해외 제조 모델을 수입해 파는 판매법인으로 바뀐 상태이다.
홀덴 또한 2017년을 마지막으로 공장의 문을 닫을 예정이다. 호주를 대표하던 차 중 하나인 포드 팰컨은 이미 단종되었으며, 홀덴 코모도어는 그나마 명맥을 잇지만 실체는 오펠의 중형차 인시그니아로, 당연히 전통적인 6~8기통 후륜구동이 아니라 4기통 전륜구동 모델이 주력이다. 유트의 자리 또한 픽업트럭 기반의 쉐보레 콜로라도나 포드 레인저가 이어받게 될 예정. 어쩔 수 없는 시대의 변화임을 인정하면서도 호주의 자동차 문화 한편이 사라지는 것을 그저 바라볼 수밖에 없는 호주 사람들은 심정이 착잡할 것이다.

10 덩치가 작아진 2018년형 홀덴 코모도어 11 유트의 자리는 픽업 트럭 기반의 쉐보레 콜로라도나 포드 레인저가 이어받게 될 예정이다.

10 덩치가 작아진 2018년형 홀덴 코모도어
11 유트의 자리는 픽업 트럭 기반의 쉐보레 콜로라도나 포드 레인저가 이어받게 될 예정이다.

또 다른 섬나라, 뉴질랜드

호주와 비교하면 모든 게 작을 수밖에 없는 뉴질랜드는 호주와 비슷한 자동차 문화를 공유하는 듯하면서도 속을 들여다보면 전혀 다른 특성을 보인다. 농장 문화에 기반한 유트의 강세나 도로를 달리는 홀덴과 포드 차들의 모습은 호주의 그것과 비슷하지만, 압도적인 숫자의 일본차가 특징이다. 수입 중고차에 무거운 관세를 적용하는 호주와 달리 15%의 소비세만 내면 되는 뉴질랜드의 세금 구조가 이런 차이를 만들어낸 것이다. 그러다 보니 미처 일본어 스티커를 떼지 못한 차는 물론 일본에서만 판매되던 내수 전용차를 도로에서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는 곳이 뉴질랜드다.
일본차에 편중된 이런 구조는 자연스럽게 일본의 자동차 문화도 수입되는 결과를 가져오기도 했다. 란에보(미쓰비시 랜서 에볼루션), 스바루 임프레자, 마쓰다 RX7이나 닛산 실비아 같이 튜닝 문화가 정점을 찍었던 2000년대 초중반의 고성능 튜닝 모델이 도로를 질주하는 장면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일본에서 시작된 드리프트 경연대회인 D1 NZ가 꾸준히 열리고 있을 정도. 하지만 뭐니 뭐니 해도 뉴질랜드 사람들이 좋아하는 일본차 브랜드는 스바루다. 일본 후지중공업의 그 자동차 브랜드가 맞다. 국토가 바로 천혜의 레크리에이션 장소다 보니 이를 즐기는 인구가 많다. 그래서 가벼운 비포장 길을 달릴 수 있는 사륜구동 왜건이 인기가 높은데, 여기에 딱 들어맞는 차가 바로 스바루의 레거시나 아웃백이기 때문이다.
국토의 면적은 한국의 2.7배에 이르지만, 인구는 400만 명밖에 되지 않는 나라, 태반이 구릉지를 개간한 농지인 이 나라에서 사방에 펼쳐진 비포장 농로는 랠리를 위한 천혜의 장소라 할 수 있다. 때문에 뉴질랜드는 WRC 정규전을 오랫동안 열어왔는데, 지난 2012년을 끝으로 지금은 잠깐 휴식 중이며 2018년 다시 개최할 예정이다. WRC 외에도 자체적인 소규모 랠리가 많으며 이를 직접 즐기는 뉴질랜드인들도 생각보다 많다. 현재 WRC 현대 랠리팀에서 활약 중인 헤이든 패든이 뉴질랜드 출신으로, 랠리가 취미인 아버지 크리스 패든을 따라 15세부터 랠리를 시작했다고 한다. 서킷 레이스도 활발한 편으로, 다양한 원메이커 레이스는 물론 수십 대의 유트들이 격렬하게 몸싸움을 펼치는 진풍경도 쉽게 볼 수 있다.

12 뉴질랜드 출신의 헤이든 패든 선수 13 V8 수퍼 투어러 챔피언십 같은 서킷 레이스도 인기다. 14 뉴질랜드에는 비포장도로가 사방에 널려 있다.

12 뉴질랜드 출신의 헤이든 패든 선수
13 V8 수퍼 투어러 챔피언십 같은 서킷 레이스도 인기다.
14 뉴질랜드에는 비포장도로가 사방에 널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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