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YUNDAI MOBIS

‘괴물 루키’ 이종현,
블록 1위로 등극하다

U L S A N M O B I S
P H O E B U S

기다림이 길어지면 애가 타는 법이다. 십수 년째 이어진 프로농구 인물난. 스타 부재 해결이 프로농구 르네상스의 지름길이라는 것을 알지만 묘책이 없다. 프로농구는 수년째
‘그 나물에 그 밥’이다. 슈퍼스타를 기다리고 있지만 아직도 이상민 서울 삼성 감독이 최고 인기맨이고, 허재 전 감독의 향수도 짙게 남아 있다.
농구인들은1990년대 중후반 절정의 인기를 구가하던 농구대잔치와 프로농구 원년의 화려했던 기억을 잊지 못한다.
이는 출범 20년째를 맞은 KBL의 자랑이자 고민이었다. 올해는 달랐다. 시즌에 앞서 농구팬들은 특별한 설렘과 기대를 품었다. 슈퍼 새내기들의출현 때문이다.

글 박재호 기자(스포츠조선) 사진 제공 KBL

부상의 아픔 딛고 코트 위를 펄펄 날다

부상의 아픔 딛고 코트 위를 펄펄 날다

올 시즌에 앞서 오랜만에 등장한 거물급 신인 셋. 역대급 신인 드래프트로 불렸던 이른바 ‘빅3’의 출현은 순위 추첨부터 선수 선발까지 농구판을 뜨겁게 달궜다. 이종현(울산 모비스), 최준용(서울 SK), 강상재(인천 전자랜드)는 대학 시절부터 ‘될성부른 떡잎’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이들을 품은 세 팀은 환호했다. 2순위 최준용과 3순위 강상재는 개막부터 팀의 주전으로 활약했다. 1순위 이종현은 대학 시절 부상(발등 미세 골절)으로 치료와 재활의 지난한 시간을 보냈다. 90% 아물었다던 부상 부위는 좀처럼 완쾌되지 않았고, 코트에 서고 싶은 마음에 남몰래 눈물을 훔치기도 했다. 시즌 개막 후 3개월이 흐른 지난 1월 25일 울산 모비스-서울 삼성전, 마침내 이종현이 신인 데뷔전을 치렀다. 20분을 뛰며 2득점 5리바운드2어시스트. 팀은 71대 87로 졌고, 이종현은 경기 후 “모든 것이 엉망이었다”며 울상이었다. 거품 논란이 일었지만 이틀 뒤 두 번째 경기였던 창원 LG전. 이종현은 34분을 뛰며 24점 18리바운드 5블록으로 펄펄 날았다. 모비스 선수 중 최다 공격 리바운드(9개), 최다 리바운드(18개), 올 시즌 국내 선수 최다 리바운드 기록이었다. 두 경기 만에 대반전, 이른바 ‘괴물 루키’의 탄생이었다. 이종현은 올 시즌 프로농구 핫이슈다. 지난해 유재학 모비스 감독은 신인 드래프트 순위 추첨에서 1순위를 뽑자 천하를 손에 넣은 듯 환호했다. 양동근, 함지훈을 얼싸안은 유 감독의 모습은 뉴스 하이라이트 영상으로 소개되기도 했다. 이 모든 것이 일단 데려 오면 향후 10년간 골밑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국가대표 센터 이종현의 존재 때문이었다. 이종현은 고려대 시절 이미 국가대표 주전 센터로 활약했다.

10년 만에 나타난 블록의 기대주

10년 만에 나타난 블록의 기대주

이종현은 맨발로 섰을 때 신장이 2m 3, 윙스팬(팔을 벌렸을 때의 길이)이 2m 23에 달한다. 윙스팬은 보통 신장과 엇비슷하다. 전주 KCC 하승진(2m 21)의 윙스팬은 2m 25다. 창원 LG 김종규(2m 7)는 윙스팬이 2m4. 이종현은 높은 어깨와 기이하리만큼 긴 윙스팬으로 엄청난 실제 높이를 자랑한다. 점프력도 평균 이상이다. 골밑에서 버티는 힘도 있다. 대학 시절에는 가드진이 주는 볼을 잡아 속공으로 연결시키거나 패스 플레이만 해도 거칠 것이 없었다. 더 정교하고 터프한 프로 무대에서는 적극적인 골밑 플레이로 진화를 시도하고 있다. 유재학 감독은 “이종현이 이처럼 빨리 팀에 적응할지 몰랐다. 농구 센스가 대단하다. 타고난 하드웨어를 더욱 빛나게 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를 지녔다”며 특급 신인을 칭찬했다. 이종현은 경기당 3개가 넘는 블록을 기록 중이다. 이 또한 신장과 윙스팬의 이점을 살린 측면이 있지만 타고난 감각 없이 불가능하다. 최근엔 탄력 좋은 외국인 선수들마저 이종현의 높이를 부담스러워 하고 있다. 이종현 앞에서 골밑 슛을 주저하는 모습이자주 목격된다. 지난 시즌 1,000블록을 달성한 ‘블록의 제왕’ 원주 동부 김주성의 기록을 넘어설 수 있는 유망주가 10여 년 만에 나타난 셈이다.

‘이종현 물건 만들기’ 프로젝트 돌입

이종현이 모비스의 품에 안긴 것은 어찌 보면 한국 농구의 홍복이다. 모비스는 6차례 챔피언전 우승을 차지한 농구 명가다. 2010년대 들어 가장 완벽한 경기력을 선보이는 팀이다. 다양한 공수 패턴과 맞춤형 전략 등 유재학 감독의 역량에 프런트의 준비성까지 더해져 최강의 경기력을 뽐낸다. 이종현은 어릴 때부터 농구 식견을 자연스럽게 넓힐 수 있는 환경에 발을 들여놓은 셈이다. 양동근, 함지훈 등 수준 높은 선배 가드와 포워드의 존재는 이종현의 농구를 한단계 더 발전시킬 수 있는 자양분이 될 것이다. 이미 모비스는 ‘이종현 물건 만들기’ 프로젝트에 돌입했다. 유재학 감독은 “초반엔 한 두 게임 놓쳐도 된다고 생각했다. 함지훈-이종현, 양동근-이종현 등 상황별 협업 플레이 모델을 개발 중”이라고 전했다. 이종현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겸손한 마음으로 하나둘 배워갈 것이다. 좋은 선배님들과 농구하는 것이 즐겁다. 오래 기다려 코트에 선 만큼 더 열심히 내가 가진 역량을 키워갈 것”이라고 말했다. 올 시즌 모비스는 우여곡절이 많다. 양동근이 지난해 10월 개막전에서 왼 손목 골절로 두 달을 쉬었고, 외국인 선수 찰스 로드의 퇴출, 네이트 밀러의 부상과 마커스 블레이클리 대체 해프닝 등을 겪었다. 여기에 모비스는 지속적으로 좋은 성적을 냈기에 이미 타구단으로부터 ‘공공의 적’이 된 지 오래다. 모비스가 개막 이후 4연패를 당할 때만 해도 올 시즌에 대한 우려가 컸으나 늘 그랬듯이 ‘모비스다운’ 모습을 빠르게 되찾고 있다. 플레이오프에 진출한다면 나머지 9개 구단이 가장 성가시게 여길 팀 또한 모비스다.

Prev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