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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 싸움,
문제는 언제나 대화 방식에 있다

인생을 살다 보면 크고 작은 상처가 생기기 마련이다. 대부분의 상처는 시간이 해결해주지만 안타깝게도 부부 문제만큼은 이 법칙을 비켜간다.
시간은 오히려 오해와 갈등만 키울 뿐이다. 갈등이 심해지면 부부는 공격을 하거나 침묵을 택한다. 더 이상 희로애락의 다양한 감정을 표현하지 않는다.
배우자가 자신의 감정을 받아줄 것이라는 확신이 없기 때문에 경직된 반응만 하는 것이다.
이와 같은 부정적인 부부 싸움의 방식은 세 가지 유형으로 정리할 수 있다.

글 박성덕 소장(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부부 싸움, 문제는 언제나 대화 방식에 있다

공격형 vs 공격형

첫 번째 싸움의 방식은 두 사람이 서로를 공격 하는 것이다.
이런 부부는 배우자가 얼마나 나쁜 사람인지
증명할 증거 목록을 꿰고 있다.
그동안 함께 살아오면서 느꼈던 부정적인 감정의 원인이
배우자의 못된 행동과 말, 성격 때문이라는
증거를 얼마든지 댈 수 있다.
그래서 싸움을 하면 배우자의 잘못을 폭로하기 바쁘다.
그런데 이런 ‘공격형 vs 공격형’ 대화 방식은
얼마 후 다른 유형으로 넘어간다.

몰두형 vs 회피형

아내는 관계에 몰두하고, 남편은 관계를 멀리하는
몰두형 vs 회피형이 그것이다. 아내는 관계를 통해서
해결하려고 달려들고 남편은 아내와의 관계에서
멀어져 자기만의 세계로 빠져든다.
아내는 그런 남편에게 버림받은 느낌이 강해져
공격 강도를 높인다. 남편은 열심히 일하고 있는 자신에게
짜증내는 아내가 이해되지 않고,
아내가 자신의 삶에 방해가 된다고 여긴다.

회피형 vs 회피형

세 번째 단계는 회피형 vs 회피형이다.
두 사람 다 지치면 부부는 서로 투명인간처럼 살아간다.
서로에 대한 기대는 접은 지 오래다.
일상적인 대화는 하지만 속 깊은 대화 없이
각자 독립된 공간을 차지한다.
서로 말을 하지 않으니 딱히 부딪칠 일이 없어 갈등이
크게 부각되지 않지만 매사가 괴롭고 힘들다.
남들 앞에서는 문제없지만
평화를 가장한 분노가 집안에 가득하다.

애착을 유도하는 세 가지 대화법

세 가지 유형 중 어떤 대화 방식도 바람직하지 않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부정적인 대화 방식이 사실은 내 편이 되어줄 것을 요구하는, 일종의 항의라는 점이다. 정말로 상대가 싫고 미워서 상처를 주려는 것이 아니다. 공격도 회피도 결국 인정받고 사랑받기 위한 몸부림이다. 부부가 불화에서 벗어나려면 바람직한 방식으로 대화해야 한다. 그러나 바람직한 대화법을 알아도 부정적인 감정이 있는 상대에게는 잘 적용이 안 된다. 때문에 정서를 먼저 이해한 다음 바람직한 대화법을 적용하면 친밀감 회복에 도움이 된다. 먼저 거울에 자신을 비추는 ‘반영’의 대화를 시도해보자. “앞으로 내가 동창회 나가나 봐라. 영숙이 때문에 속상해 죽을 뻔했어”라고 아내가 말하면 대부분의 남편은 이렇게 반응한다. “그런데 왜 나가? 나가지 마!” 이렇게 하면 오늘은 영숙이와 남편 모두 죽는 날이다. 이럴 때 필요한 것이 반영이다. “오늘 영숙이 때문에 속상했구나”라고 말하면 남편도 살고 영숙이도 구제받는다. 반영의 대화법을 사용하면 아내는 남편이 자신의 말을 진심으로 듣고 자신을 이해해준다는 느낌을 받는다. 배우자가 고통스러워하면 같은 표정을 지어주고, 기뻐하면 함께 웃어주라. 어떤 감정이든 배우자가 느끼는대로 느낄 수 있게 노력하면 배우자의 마음도 열리게 된다. 다음은 ‘인정’이다. 아내가 우울하고 남편이 외롭다고 할 때 배우자의 감정에 대해 어떤 판단이나 평가도 해서는 안 된다. 남편이 외롭다고 하면 “왜 우울해?” 하고 되묻거나 비난하지 말고 인정해주어야 회복을 향해 갈 수 있다. 마지막은 ‘공감’이다. 정서에 익숙하고 관계 지향적인 여자가 남자보다 공감을 잘한다. 하지만 남자도 외롭고 힘들 때 위로를 받아야 건강하게 살 수 있다. 배우자의 생각이나 정서가 나와 달라도 우선 반영하고 인정해야 한다. 이를 부부관계에 꾸준히 적용하면 뇌에 새로운 정서회로가 생겨나 점차 공감도 쉬워지기 때문이다. 현재의 부정적인 정서는 새로운 정서를 경험할 때 사라진다. 우울한 배우자에게 위로의 정서를 경험하게 해주면 우울감이 사라지므로, 상태가 좋아질 때까지 배우자의 정서를 판단하지 말고 ‘그랬구나’라고 인정하면 변화가 일어난다. 부부 싸움은 미워서 하는 싸움이 아니라 자신을 인정해달라는 항의 표시임을 잊지 말자. 지금 부부 갈등을 겪고 있는가? 그렇다면 배우자가 하는 말을 잘 들어보라. 조금만 인내심을 갖고 들어보면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을 것이다. “당신에게 내가 소중하긴 한 거야?” 그렇다고 느끼면 부부 싸움은 비로소 칼로 물 베기가 된다. 그럴 때 배우자가 순해지고 싸움이 멈춰진다. 부부 싸움은 배우자에게 자신이 소중한지를 확보하기 위한 싸움이기 때문이다

애착을 유도하는 세 가지 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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