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YUNDAI MOBIS

나의 목소리를 들으세요

김창옥 교수

'자신을 사랑하는 사람'이 가진 아우라는 일부러 드러내지 않아도
자연히 공간을 메운다. 김창옥 교수를 만났을 때도 그랬다.
큰 소리로 흘러나오는 BGM보다 자신의 중저음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게 하고,
유머러스한 문장으로 진지한 이야기를 전하는 묘한 재주꾼의 이야기를 시작한다.

글 성소영 사진 김재룡, 임준형 장소협조 콩지POT지

“나도 했으니, 당신도 할 수 있어요”

사는 게 힘에 부쳐 잠시 멈춰선 이들에게 “더 힘을 내”라고 부추기는 세상에서, 김창옥 교수는 “아프면 아프다고 말하라”고 조언한다. 그는 열등감에 휩싸여 비틀거렸던 자신의 지난날을 대중에게 가감 없이 고백하며, 주저앉은 사람들을 향해 손을 내민다. 그래서 김창옥 교수의 강연은 감명 깊다. 경희대학교 성악과를 졸업하고, 사람들의 목소리를 지도하는 ‘보이스 컨설턴트 1호’로 활동했던 그는, 입 밖으로 나오는 ‘소리’를 교정해 주는 일을 하면서, 사람의 내면에 집중하게 됐다고 한다. 수많은 사람을 울고 웃긴 명강의가 탄생했던 순간이다. “말을 잘하고 싶거나, 목소리를 바꾸고 싶어 하는 분들에게 성악 레슨 하듯 이를 교정할 수 있는 방법을 코치했어요. 그렇게 여러 사람을 만나면서 내가 좋아하고, 자꾸 관심이 가는 목소리는 단순히 ‘듣기 좋은 음성’을 지칭하는 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소리가 하드웨어라면, 거기에는 분명 마음이라는 소프트웨어가 영향을 미쳐요. 그때부터 건강한 마음,자존감, 열등감, 상처 같은 것들의 중요성을 인식하게 됐죠. 목소리는 음성과 내면이 조화를 이룰 때 비로소 아름답게 들리거든요.”

삶을 변화시키는 소통의 힘

10분의 시간이 주어졌다고 가정할 때, 김창옥 교수의 강연은 9분 동안 유쾌하게 웃다가 나머지 1분간 눈물짓게 한다. 지난해 말 tvN의 특강쇼 〈어쩌다 어른〉에서 자신의 부모님에 대한 이야기를 하며 가족 간 소통의 기술을 전했던 ‘그 남자, 그 여자’ 편은 방청객은 물론 시청자들을 쉴 새 없이 웃기고, 울리며 대중의 호응을 받았다. 그의 단골 강연 주제인 ‘소통’은달리 말하면, 김창옥 교수의 삶을 집약하는 단어일지 모른다. “저는 불통(不通)에서 소통(疏通)을 찾았어요. 제가 자란 환경은 불통인 세상이었거든요. “일주일에 2~3번이라도 내가 즐겁게 집중할 수 있는 일을꼭 찾아서 하세요. 그 일을 하는 동안,스트레스가 어느 정도 사라지기 때문에 일을 할 때도, 타인을 대할 때도 여유가 생길 겁니다 어머니는 글을 읽을 줄 모르시고, 아버지는 듣지 못하셨기 때문에 자라면서 나의 꿈, 생각,미래 등을 의논할 어른이 없었습니다. 두 분은 늘 사이가 좋지 않았고, 아버지는 무척 보수적이고 권위적인 분이라 가까이하기 힘들었죠. 가난했고, 제주도에 살았어요. 그래서 언제나 고립된 느낌을 받았습니다. 나는 더 넓은 세상에서 다양한 경험을 하고 싶은데, 모든 게단절된 상태에서 오랜 시간 지냈기 때문에 소통에 더 목말랐던 것 같아요. 실제로 강연을 하는데 어린 시절의 경험이 큰 재료가 됐어요.” 다양한 소통의 능력 중에서도, 그가 가장 주목하는 것은 ‘나 자신과의 관계’를 만들어가는 일이다. 낯선 타인과 이야기를 나누는 것보다 훨씬 어려운 것이 자기 내면의 목소리를 듣는것임을 알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누군가의 관계로 고민하는 사람들에게 김창옥 교수는 말한다. 나를 마주하고, 나의 목소리를 듣는 것이 먼저라고. “소통을 잘할 수 있는 방법은, 남이 아닌 나를 대하는 방식에서 해답을 찾을 수 있어요. 내안의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일상의 습관이 없다면, 마음의 면역력은 계속 약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일주일에 2~3번이라도 내가 즐겁게 집중할 수 있는 일을 꼭 찾아서 하세요. 그 일을 하는 동안, 스트레스가 어느 정도 사라지기 때문에 일을 할 때도, 타인을 대할 때도 여유가 생길 겁니다.” ‘잃어버린 나’를 찾는 시간 “강의를 그만두고 싶었어요. 13년간 쉼 없이 달려왔거든요. 멈출 때가 됐다고 느꼈습니다.” 3년 전, 갑작스레 찾아온 우울증은 자꾸만 ‘이렇게 살아도 되는 걸까?’라는 물음을 그의 머릿속에 남겼다. 쉬고 있으면 불안하고, 녹초가 된 채로 잠자리에 들어야 잘 사는 것으로 생각했던 지난날의 내가, 현재의 나에게 경종을 울린 것이다. 그때 그를 구원한 것은 예상 밖에도 ‘연기’였다. “막연히 ‘연기를 하면 마음이 좋아지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마치 안개 속에서 누군가 나를 부르는 것처럼 불현듯 떠오른 생각이었죠(웃음). 친한 배우의 소개로 영화의 단역을 맡았는데 첫 대사에서 열여섯 번이나 NG를 냈어요. 나를 버리고 배역에 맞는 목소리를 지녀야 하는데, 강연하던 모습 그대로 연기를 하고 있더라고요. 그때 알았죠. 오랫동안 일을하면서 ‘나’는 없어지고, 잘 훈련된 강사 김창옥만 남았다는 걸요. 촬영장에 가면 빅뱅을 만난 것 같아요. ‘나는 누구이고 여긴 어디인가(웃음)? 자동차 부품을 만들다가 갑자기 배 부품을 만드는 팀에 투입된 느낌이랄까요. 내가 지금껏 해온 일과 비슷해 보이지만, 할 줄 아는 게 아무도 없는 막막함이 밀려오거든요. 요즘도 계속 오디션을 보고 있어요. 영화계에서 저는 아무도 모르는 신인배우일 뿐이니까요(웃음).” 슬럼프를 극복한 그는 5년간 진행해온 ‘포프리쇼’에서 선보인 강연을 엮어 지난해 10월, <당신은 아무 일 없던 사람보다 강합니다>를 출간했다. 글을 쓴 것이 아니라, 강연에서 한 말을 정리해 옮겨 담았기에 무척 생동감이 넘친다. “제 생각을 말로 전달하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이 재미있는 소스를 곁들여야 해요. 하지만 글은 그런 군더더기를 다 빼고 쓸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때로는 담백하게 내 이야기를 전달 하고 싶다는 바람이 있었거든요. 책에는 제가 경험한 다양한 좌절, 열등감, 상처 등이 모두 담겨 있어요. 어떻게 보면 제 삶을 실험해 얻은 결과를 담은 실험서라고도 할 수 있겠네요. 자기 자신과의 관계 맺기를 힘들어하는 분들이나 어떤 반복된 헤어짐을 겪고 있는 분들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김창옥 교수는 특히 '나 자신과의 관계'를 만들어가는 일에 주목하고 있다. 타인과 이야기를 나누는 것보다 훨씬 어려운 것이 자기 내면의 목소리를 듣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는 사람들에게 말한다. 나를 마주하고, 나의 목소리를 듣는 것이 먼저라고

‘잃어버린 나’를 찾는 시간

“강의를 그만두고 싶었어요. 13년간 쉼 없이 달려왔거든요. 멈출 때가 됐다고 느꼈습니다.” 3년 전, 갑작스레 찾아온 우울증은 자꾸만 ‘이렇게 살아도 되는 걸까?’라는 물음을 그의 머릿속에 남겼다. 쉬고 있으면 불안하고, 녹초가 된 채로 잠자리에 들어야 잘 사는 것으로 생각했던 지난날의 내가, 현재의 나에게 경종을 울린 것이다. 그때 그를 구원한 것은 예상 밖에도 ‘연기’였다. “막연히 ‘연기를 하면 마음이 좋아지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마치 안개 속에서 누군가 나를 부르는 것처럼 불현듯 떠오른 생각이었죠(웃음). 친한 배우의 소개로 영화의 단역을 맡았는데 첫 대사에서 열여섯 번이나 NG를 냈어요. 나를 버리고 배역에 맞는 목소리를 지녀야 하는데, 강연하던 모습 그대로 연기를 하고 있더라고요. 그때 알았죠. 오랫동안 일을 하면서 ‘나’는 없어지고, 잘 훈련된 강사 김창옥만 남았다는 걸요. 촬영장에 가면 빅뱅을 만난 것 같아요. ‘나는 누구이고 여긴 어디인가(웃음)? 자동차 부품을 만들다가 갑자기 배 부품을 만드는 팀에 투입된 느낌이랄까요. 내가 지금껏 해온 일과 비슷해 보이지만, 할 줄 아는 게 아무도 없는 막막함이 밀려오거든요. 요즘도 계속 오디션을 보고 있어요. 영화계에서 저는 아무도 모르는 신인배우일 뿐이니까요(웃음).” 슬럼프를 극복한 그는 5년간 진행해온 ‘포프리쇼’에서 선보인 강연을 엮어 지난해 10월, <당신은 아무 일 없던 사람보다 강합니다>를 출간했다. 글을 쓴 것이 아니라, 강연에서 한 말을 정리해 옮겨 담았기에 무척 생동감이 넘친다. “제 생각을 말로 전달하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이 재미있는 소스를 곁들여야 해요. 하지만 글은 그런 군더더기를 다 빼고 쓸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때로는 담백하게 내 이야기를 전달하고 싶다는 바람이 있었거든요. 책에는 제가 경험한 다양한 좌절, 열등감, 상처 등이 모두 담겨 있어요. 어떻게 보면 제 삶을 실험해 얻은 결과를 담은 실험서라고도 할 수 있겠네요. 자기 자신과의 관계 맺기를 힘들어하는 분들이나 어떤 반복된 헤어짐을 겪고 있는 분들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안개처럼 비처럼 스며들고 싶어요

김창옥이라는 이름 앞에는 으레 ‘소통전문가’, ‘멘토’ 등의 수식어가 따라붙는다. 하지만 김창옥 교수는 이러한 말 속에 자신을 가두기를 거부한다. 정형화된 틀 안에 자신을 집어넣는 순간, 자신을 잃어버리는 느낌이 들기 때문일 것이다. “저는 강연할 때 제 삶을 통과한 이야기를 해요. 하지만 강연에 사용하려고 제 경험을 재단하고, 생각하려 하지 않아요. 전문성을 갖춰야 하지만, 그 일을 위해서만 존재하는 선수는 되고 싶지 않은 마음이죠. 그래서 특정한 장르에 멈추는 것은 원치 않습니다. 결정을 이루는게 아니라, 안개처럼 비처럼 스며들고 싶어요.” 15년 동안 강연을 해온 그에게 있어, 대중을 만나는 일은 해를 거듭할수록 축복이자 경이로운 일이 되고 있다. “작년에 구치소에서 공연을 기획해 열었던 적이 있어요. 제가 음악과 관련된 강의를 하고, 시합창단이 노래를 불러주는 것이었죠. 그때가 가장 감동적이었던 것 같아요. 수용자들과 함께 눈물을 흘리다가 우연히 창문으로 시선이 갔는데, 쇠창살 너머로 파란 하늘이 보이더 라고요. 그때 이곳에 와서 강연 할 수 있다는 사실이 참 기뻤어요. 강연의 수혜자는 어쩌면 청중이 아니라 저인 것 같아요. 그래서 책임감도 많이 느낍니다. 단 한 순간도 강연에서 마음을 다하지 않았던 적이 없지만, 요즘은 누군가에게 말을 한다는 게, 점점 무서운 일이라는 생각이 들거든요.” 그가 느끼는 두려움이나 책임감과는 별개로, 아픈 시대를 더듬어 살아가는 이들에게 김창옥 교수의 말은 캄캄한 눈앞을 비추는 한줄기 빛이 된다. 삶에 고비가 찾아올 때, 그의 중저음 목소리를 찾아가면, 우리는 다시 일어설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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