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YUNDAI MOBIS

포항에 가면 바다가 전하는 향기가 있다

해마다 겨울이면 꼭 먹어야할 음식이 있다.
고소한 맛에 쫄깃한 식감,
술안주는 물론이고 밥 반찬으로도 손색없는 과메기가 주인공이다.
영덕대게로 알려진 대게도 이맘때 살이 통통하게 올라 제철이다.
새해를 맞아 포항 호미곶에서 장쾌한 일출을 맞이하고
구룡포 거리를 거닐며 바다가 전하는 포항의 향기를 맡아본다.

글+사진 임운석(여행전문작가)

새로운 시작은 호미곶에서. ‘호미곶’의 원래 이름은 ‘장기곶’이었다. 그러던 것이 ‘한반도의 호랑이 꼬리에 해당한다’ 하여 2001년 12월부터 호미곶이라 부르고 있다. 호미곶의 명물은 뭐니 뭐니 해도 청동 조형물인 ‘상생의 손’이다. 바다에 오른손, 맞은편 해맞이 광장에 왼손이 있다.

새로운 시작은 호미곶에서

‘호미곶’의 원래 이름은 ‘장기곶’이었다. 그러던 것이 ‘한반도의 호랑이 꼬리에 해당한다’ 하여 2001년 12월부터 호미곶이라 부르고 있다. 호미곶의 명물은 뭐니 뭐니 해도 청동 조형물인 ‘상생의 손’이다. 바다에 오른손, 맞은편 해맞이 광장에 왼손이 있다. 호미곶이 포항 최고의 명소가 된 이유는 상생의 손을 배경으로 떠오르는 일출 때문이다. 호미곶을 찾은 날, 여명이 밝아오자 온 세상은 선홍빛으로 붉게 물들었고, 태양이 고개를 내밀자 사람들이 여기저기서 웅성거렸다. 혼자 온 사람, 가족 · 친구 · 연인 · 부부와 함께 온 사람등…. 누군가는 일출을 보며 새 출발을, 또 다른 누군가는 일출을 보며 간절한 염원을 떠올렸을 것이다. 역시 호미곶은 포항 여행의 시작인 동시에 일상 복귀의 출발점이다.

영일대해수욕장의 랜드마크인 영일대는 국내 최초의 해상누각

1. 영일대해수욕장의 랜드마크인 영일대는 국내 최초의 해상누각이다.

포항 구룡포의 자존심, 과메기

2. 구룡포에 늘어선 과메기 덕장에서 꽁치가 해풍에 건조되고 있다.
3. 과메기는 먹기 좋게 포장되어 전국 각지로 택배 배송된다.
4. 맛, 건강, 가격까지 어느 것 하나 흠잡을 데 없는 과메기

포항 구룡포의 자존심, 과메기

스무 살을 갓 넘긴 새내기 시절, 구룡포에서 난생처음 과메기 맛을 봤다. 선배들이 빨간 고무 대야에 뭔가를 잔뜩 담아왔는데 신문지를 걷어내자, 기름이 반질반질한 꽁치 수십 마리가 들어 있었다. 김, 물미역, 쪽파, 마늘, 초장이 딸려 있었다. 비릴 것으로 생각했지만 그것은 한낱 기우로 그쳤다. 바다 향 강한 물미역과 과메기의 고소함, 마늘과 쪽파의 알싸함은 겨울만 되면 꼭 과메기를 찾게 만들었다. 과메기의 기본은 쌈이다. 과메기와 최고의 궁합을 이루는 물미역이나 파래가 많이 섞인 김에다가 쪽파와 미나리, 풋고추와 마늘을 얹어 새콤달콤한 초고추장을 찍어 먹으면 맛이 더욱 풍부해진다. 과메기 마니아가 된 지금은 결 따라 찢은 김장 김치와 먹거나, 초고추장 대신 된장을 찍어 먹기도 한다. 요즘은 뜨거운 밥과 함께 주로 먹는데 밥반찬으로도 즐긴다. 과메기의 어원은 청어의 눈을 꼬챙이로 꿰어 말렸다는 ‘관목청어’에서 유래했다. 이것이 오랜 세월이 지나면서 관메기로 변하고 다시 ‘ㄴ’이 탈락하면서 과메기가 되었다고 한다. 1939년 동아일보 ‘조선의 중요 수산물’이란 기사에 따르면 ‘19세기 말 부산항 내해에는 배가 다니기 불편할 정도로 청어가 많았다’는 전설 같은 이야기가 전해진다. 하지만 1960년대부터 동해에서 청어가 잡히지 않자 청어와 비슷한 영양 성분을 가진 꽁치로 만든 과메기가 등장했다. 이때부터 꽁치 과메기가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1. 영일대해수욕장의 랜드마크인 영일대는 국내 최초의 해상누각이다.
2. 구룡포에 늘어선 과메기 덕장에서 꽁치가 해풍에 건조되고 있다.
3. 과메기는 먹기 좋게 포장되어 전국 각지로 택배 배송된다.
4. 맛, 건강, 가격까지 어느 것 하나 흠잡을 데 없는 과메기

지리적 특색 별미

5. 925번 지방도에 늘어서 있는 오징어 덕장
6. 대게 중 박달대게는 가장 살이 많아 먹기 좋다
7. 아름다운 해안선을 따라 이어진 선바우길

지리적 특색이 별미를 만든다

전국 과메기의 90% 이상은 포항에서 생산된다. 그중 80%는 과메기 특구 지역인 구룡포, 장기, 호미곶 일원에서 생산되고 있다. 구룡포가 과메기 주산지가 된 것은 지리적 특징이 한몫했다. 11월부터 이듬해 2월까지 내륙에서 불어오는 북서풍이 영일만 해풍을 구룡포로 몰아 주어, 과메기 말리기에 좋은 조건을 만들어주는 것이다. 기온도 영하 5도에서 영상 6도의 분포를 보이는데, 밤에 얼고 낮에 녹아 수분을 증발시키는 과정이 반복되며 맛있게 숙성된다. 그리고 포항 사람들이 하나같이 “억울하다”고 하소연하는 게 있다. 바로 대게와 오징어다. 과메기의 주산지는 ‘포항 구룡포’로 알려졌지만 대게와 오징어는 그렇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아지야(아저씨, 삼촌을 부르는 경상도 사투리), 사람들이 영덕대게, 영덕대게 캐쌌는데 원래 영덕대게는 없다. 따지자면 대게는 포항에서 훨씬 더 많이 잡힌다.” 죽도시장에서 대게를 파는 상인의 말처럼 영덕대게로 알려진 대게는 정작 영덕보다 포항에서 훨씬 더 많이 잡힌다. 영덕이 대게의 명산지로 알려진 이유는 교통이 원활하지 못하던 1930년대에 대게를 대도시에 공급하기 위해서 교통이 편리한 영덕을 중간 집하지로 삼았기 때문이다. 즉, 영덕은 대게 물류의 중심지인 셈이다. 이뿐 아니라 울릉도 오징어도 비슷한 경우다. 그 증거가 925번 지방도 주변에 수없이 늘어선 오징어 덕장이다. 해산물에 한해서는 없는 게 없다는 포항 죽도시장에는 과메기와 대게를 비롯해 신선한 해산물이 푸짐하게 올라간 물회, 타지에서 쉽게 맛볼 수 없는 상어고기, 부위마다 맛과 모양이 다른 고래고기 등 별미가 가득하다.

포항에서 겨울 바다를 즐기는 두 가지 방법

영일대해수욕장은 길이 1.78㎞, 너비 40~70m의 고운 모래로 덮인 아름다운 해변이다. 추운 겨울에도 찾는 이들이 유독 많은데, 부산의 해운대해수욕장이나 광안리해수욕장처럼 도심 한가운데 자리하고 있어서다. 근처에 카페와 음식점이 많아 바닷가를 거닐다 한기가 밀려오면 잠깐 들어가 몸을 녹일 수도 있다. 우리나라 최초 해상 누각인 영일대는 이곳의 새로운 랜드마크다. 해변에서부터 연결된 영일교를 걸어가면 누각에 닿는다. 바다 건너편에 포스코가 아스라이 펼쳐지고 굴뚝에서 하얀 연기가 모락모락 피어올라 하늘의 하얀 구름과 조우한다. 영일대 최고의 하이라이트는 야경이다. 어둠이 깔리기 직전인 일몰 직후부터 1시간 이내가 가장 아름다운데 영일교, 영일대, 포스코로 이어지는 형형색색의 조명이 낭만적인 밤바다 여행을 선사한다. 호미곶에 위치한 해맞이공원에는 일출 외에도 볼 것들이 소소하게 있다. 국립 등대박물관에는 등대의 역사와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체험 거리가 다채롭게 준비되어 있다. 대한제국의 자본으로 세워진 호미곶 등대는 꼭 챙겨볼 것 중 하나다. 호미곶에서 차로 20여 분을 달리면 호미반도에 위치한 선바우에 이른다. 이곳은 동해면을 출발해서 구룡포, 호미곶, 장기면까지 이어지는 58㎞의 해안 둘레길이다. 현재 선바우에서 마산리까지 약 700m 구간이 개통되었다. 바람이 잘 통하는 곳마다 과메기가 널려 있고, 한가롭게 고양이들이 낮잠을 청하는 아담하고 조용한 마을이다. 해안길 들머리에 높이 6m 정도 되는 선바우가 먼저 반긴다. 기암절벽을 따라 산책로가 잘 조성되어 있는데 그 아래에 검푸른 바닷물이 쉴 새 없이 일렁인다. 갯바위에 부딪히는 파도 소리와 선바우, 여왕 바위, 하선대, 배바위 등 기묘한 바위들의 모양을 감상하다 보면 포항의 겨울 바다가 춥지만은 않다.

Prev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