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렘을 품은 빵
크루아상이 주는 위로

크루아상(Croissant). 이름만 들어도 사랑스럽다. 발음은 어쩜 그리 우아할까. 십수 년 전 파리 출장길에서 유난히 식탐을 자극했던
몽마르트 언덕 빵집의 크루아상. 반달 모양으로 고고하게 누워 있는 모양에 눈길이 갔고, 그 고소한 향에 어설픈 미식가의 마음이 흔들렸다.
자그마치 20분을 기다려 맛본 크루아상은 기대 이상이었다. 바삭바삭 매끈하고 반짝이는 브라운 코팅과
한 겹 한 겹 페이스트리 레이어가 떨어져 나가는 것을 음미했다.
글. 에스더(푸드 칼럼니스트)
나라를 구한 하사품 크루아상
크루아상의 고향은 단연 프랑스라고 자신했다. 하지만 프랑스 대표 빵으로 알고 있는 크루아상의 기원은 프랑스가 아니라 오스트리아다. 17세기 오스만 제국(터키)은 오스트리아를 공격한다. 깊은 밤 오스만 군대는 오스트리아의 수도 빈을 포위하고 빈을 에워싼 성벽 아래에 폭발물을 설치하기 위해 지하터널을 파고 잠입을 시도한다.
그런데 마침 새벽에 빵을 구우러 나온 제빵 기술자 피터 벤더가 이를 발견하고 아군에게 이 사실을 알린다. 그 덕분에 오스트리아는 오스만과의 전쟁에서 승리를 할 수 있었고, 전쟁이 끝난 뒤 피터 벤더는 특별한 상을 받게 된다. 오스만 제국과 이슬람의 국기에 그려진 ‘초승달’ 모양의 빵을 구워 팔 수 있는 특권을 부여받은 것이다. 초승달 모양의 빵을 먹는다는 것은 전쟁의 승리를 기념함과 동시에 앞으로도 오스만 제국을 제압한다는 상징적인 의미가 있었다.
크루아상은 나라를 구한 승리의 하사품이 된 셈이다. 반면 이슬람 국민에게 크루아상은 패전의 상징과도 같았다. 때문에 일부 아랍 국가에서는 크루아상을 먹는 것을 법으로 금지했다. 2013년 8월 2일자 <타임> 기사에 따르면, 반군이 점령한 시리아 알레포(Aleppo) 지역에 위치한 이슬람 율법위원회에서 시리아인들이 크루아상을 먹는 것을 금지했다고 한다. 시리아는 한때 프랑스의 식민지였는데, 오늘날 프랑스의 상징처럼 여겨지는 크루아상을 금지하는 것이 프랑스 제국주의와의 단절을 의미하는 것으로 여겼기 때문이다.
그런데 터키에서는 크루아상을 아이 최레이(Ay çöreği)라고 부르며 즐겨 먹는다고 하니, 이 또한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크루아상(Croissant)은 프랑스어로 초승달(Crescent)을 의미하는데 처음 사전에 기록된 해는 1863년이고 최초의 크루아상 레시피가 출판된 해는 1891년이다. 하지만 당시의 크루아상은 지금과 다른 형태였고, 현재 우리가 먹는 얇은 층으로 된 크루아상은 1905년 파리에서 시작됐다.
다양한 레시피를 담은 크루아상
크루아상에 대한 흥미로운 이야기는 이뿐만이 아니다. 1774년 오스트리아의 공주 마리 앙투아네트는 프랑스의 루이 16세와 결혼한다. 이때 오스트리아의 제빵사들이 프랑스로 따라갔고 이 제빵사들이 왕국에 ‘초승달 모양’의 빵을 소개하며 ‘크루아상’으로 불리게 되었다고 한다. 크루아상(Croissant)은 프랑스어로 초승달(Crescent)을 의미하는데 처음 사전에 기록된 해는 1863년이고 최초의 크루아상 레시피가 출판된 해는 1891년이다. 하지만 당시의 크루아상은 지금과 다른 형태였고, 현재 우리가 먹는 얇은 층으로 된 크루아상은 1905년 파리에서 시작됐다. 크루아상은 오스트리아 출생이지만 정작 세상에 알려지며 안착한 것은 프랑스인 셈이다.

크루아상이 지금의 형태로 발전하기 시작한 것은 20세기 파리에서다. 밀가루 반죽에 버터를 듬뿍 넣은 후 밀대로 밀고 다시 접기를 반복하는 라미네이팅(Laminating) 반죽 기법으로 켜켜이 층을 낸다. 이 과정을 통해 특유의 초승달 모양을 만들며 겉은 파삭하고 속은 부드러운 식감을 갖게 된다. 잘 구워진 빵은 가볍고 속이 층상을 이루는데 이는 탄산가스층과 접기형 반죽에서 나타나는 버터 층이다. 지방분이 많으면서도 짭짤하고 담백하여 유럽에서는 아침 식사로 많이 이용된다.

크루아상은 그 종류도 다양하다. 버터를 넣어 전통적인 레시피로 만드는 크루아상은 크루아상 오디네르, 크루아상 오 뵈르 등의 이름으로 부른다. 변형한 크루아상으로는 전통적인 크루아상 반죽을 네모난 모양으로 빚어 안에 초콜릿을 채운 ‘뱅 오 쇼콜라’, 아몬드 페이스트를 넣어 만든 ‘크루아상 아망드’ 등이 있으며, 이 외에도 크림과 아몬드 슬라이스를 넣거나 커스터드 크림을 추가하기도 한다.
팍팍한 일상을 달달하게 하는 매력
아시아가 ‘쌀 중심의 밥 문명’ 위에서 성장한 대륙이라면 유럽은 ‘빵’이 그러하다. 더욱이 빵은 ‘기독교’라는 신앙의 뿌리를 형성하는 과정에서도 유럽인들에게 중요한 역할을 했다.
빵은 단순한 먹거리 이상의 함축적인 의미를 지녔고 유럽인의 삶의 일부이자 문화가 되었다. 그중 프랑스는 유럽의 ‘빵 대국’이라고 불릴 만큼 오늘날 가장 인정받는 빵의 나라로 꼽힌다. 실제로 프랑스에서는 다른 나라들보다 골목 어귀에 자리 잡은 작은 베이커리들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이른 아침과 퇴근 무렵의 저녁 시간이 되면 작은 빵집 앞은 어김없이 길게 줄을 선 사람들로 장사진을 이룬다.
그 많은 빵 중에서도 크루아상은 현재 프랑스인들의 전형적인 아침 식사 메뉴이다. 층을 이루며 속이 비어 있어 가벼운 식감을 자랑하고 지방분이 많은 데다 짭짤한 특유의 맛 때문이다. 크루아상은 안에 다른 재료를 곁들여 샌드위치처럼 먹기도 하는데, 크루아상을 반으로 갈라 그 안에 살라미와 버터, 치즈, 야채 등을 넣어 먹으면 한 끼 식사로 그만이다.
우리의 밥심이 기운을 나게 한다면 크루아상은 보고 먹는 것만으로도 일상을 달달하게 하는 매력 있는 빵이다. 한 손에는 모스카토 와인을, 다른 한 손에는 크루아상을! 설렘을 품은 빵, 크루아상이 주는 작은 위로다.

댓글 총 0

LOGIN
로그인
로그인

닫기
웹진 회원가입

현대모비스 임직원만 회원가입 가능합니다.
직원여부 확인을 위해 사원번호를 입력해 주세요.

닫기
웹진 회원가입

귀하의 회사메일로 인증코드가 발송되었습니다.
인증코드 번호를 입력바랍니다.

인증메일이 안올 경우 사번번호, 사용할 비밀번호를 mkt01@hanaroad.com로 보내주시면 회신 드리겠습니다.
닫기
웹진 회원가입

인증번호를 통하여 본인 확인이 되었습니다.
앞으로 사용하실 비밀번호를 입력하세요.

닫기
비밀번호 재발급

비밀번호 재발급을 위하여 사원번호(이메일 주소)를 입력하세요. 본인 확인 인증번호가 발송됩니다.

@mobis.co.kr

인증메일이 안올 경우 사번번호, 사용할 비밀번호를 mkt01@hanaroad.com로 보내주시면 회신 드리겠습니다.
닫기
비밀번호 재발급

귀하의 회사메일로 인증코드가 발송되었습니다.
인증코드 번호를 입력바랍니다.

닫기
비밀번호 재발급

인증번호를 통하여 본인 확인이 되었습니다.
앞으로 사용하실 비밀번호를 입력하세요.

닫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