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음기의 비밀

글. 노영욱(방탈출카페 룸즈에이 대표) / 일러스트. 이준호
서울의 한 아파트 관리실에서 아파트 주민 한 명이 보이지 않는다는 신고가 들어왔다.
관리실에 신고를 요청한 것은 실종자의 여자친구. 주말이면 항상 남자친구가 전화해 만날 장소를 정했는데, 오늘은 연락이 없어 남자친구의 집에 찾아왔다고 한다. 초인종을 아무리 눌러도 나오질 않고 남자친구의 회사, 친구, 가족, 자주 가던 식당까지 연락해보았지만 아무도 행방을 모른다는 그녀다.
경비원의 말에 따르면, 실종자인 남자친구는 혼자 사는 것으로 관리실에 등록했고, 며칠씩 집을 비울 일이 있으면 자신이 집을 비우니 혹시 문제가 있으면 연락을 해달라고 부탁을 하곤 했단다. 그런데 이번에는 그런 말도 없이 며칠째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벨을 누르고 전화를 걸어도 그 주민의 집 안에서는 아무런 기척이 없다. 잠시 망설이던 노 경감은 경비원에게 열쇠공을 불러달라고 한다. 열쇠공은 요즘은 다들 번호키를 쓰는데, 이 집은 만능열쇠로도 안 열리는 희한한 열쇠를 쓴다며 투덜대다가 결국 잠금장치를 모조리 떼어버렸다. 문을 열고 현관에 들어서자, 사흘 치의 신문과 우유가 가지런히 쌓인 채 문 안쪽에 밀려나 있었다. 노 경감은 쌓여 있는 신문 중 제일 아래에 있는 오늘자 신문을 빼 들었다.
실종자는 안방 침대 위에서 사망한 채로 발견되었다. 마치 곤히 잠든 듯한 모습이었고, 혈흔이나 외상은 보이지 않았다. 집에 별다른 외부 침입 흔적도 없었다. 오직 그의 전원이 꺼진 휴대폰만 침대 밑에서 발견되었을 뿐이다.
“돌연사일까요? 자해한 흔적도 없고….”
이 경위의 말에 노 경감의 한숨 소리가 바로 이어졌다.
“하아, 자네 아직 멀었군. 우선 피해자의 통화 기록부터 확인하자고.”
이 경위는 머쓱한 듯 머리를 긁적이며, 피해자의 휴대폰을 노 경감에게 내밀었다. 통화 기록을 살펴본 노 경감은 금세 용의자를 지목했다. 노 경감이 말한 수상한 점은 무엇이며, 그가 지목한 용의자는 누구일까?

회사 후배 김 대리(20통) - 피해자와 친한 후배. 선배가 회사에 출근하지 않아 전화했다가 연락이 닿지 않자 걱정이 되어 계속 전화를 걸었다.
HM캐피탈 상담원 한 씨(9통) - 이자가 높기로 소문난 캐피탈 회사의 상담원. 피해자는 이곳에서 500만 원을 빌렸는데, 제때 갚지 않아 채무가 1,000만 원이 넘은 상태였다.
고등학교 동창 김 씨(5통) - 피해자가 빌려 간 100만 원을 갚겠다며 연락했고, 돈을 받으러 나갔지만 바람을 맞아 기다리는 동안 여러 차례 전화한 것이라고 한다.
해설보기
노 경감이 피해자의 집에서 신문을 들었을 때 오늘자 신문이 가장 아래에 있었다. 사흘간 신문이 쌓였다면 가장 오래된 신문이 아래에 있어야 한다. 즉 누군가 신문을 정리했다고 유추할 수 있는 대목이다. 또 잠겨 있는 현관문, 침입한 흔적이 없는 집, 얌전하게 침대에 누워 있는 피해자의 모습으로 보아 면식범일 가능성이 크다. 노 경감이 지목한 범인은 신고를 요청한 피해자의 여자친구다. 진심으로 실종자를 걱정했다면, 주중에 연락이 안 되었으면 몇 번이고 전화했을 것이다. 그것도 아니라면 데이트를 하기로 한 당일에도 여러 번 전화하는 게 상식적이다. 그런데 여기저기 남자친구의 행방을 수소문했다던 약혼녀는 정작 남자친구에게는 단 한 통의 전화도 걸지 않았다. 이미 남자친구가 사망한 상태라 전화해도 받지 않을 것을 알았거나, 슬픈 척 연기하는 데 집중한 나머지 알리바이를 만드는 것에 미숙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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