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한 행복은 공헌감이다
자기 존중감과 <미움받을 용기>

글. 안상헌(Meaning독서경영연구소장) / 일러스트. 이혜헌
인생의 과제이자 목표, 인간관계
갓난아기가 어른으로 성장하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 아이는 성장하면서 내가 할 수 있는 것, 사회가 필요로 하는 것을 탐색한다. 이렇듯 성장이란 한 개인이 사회에서 자신의 역할을 찾아 자리를 잡아가는 과정이다. 이때 개인이 사회적 존재로 살기 위해 직면할 수밖에 없는 것이 인간관계다. 문제는 그것이 쉽지 않다는 것이다. 상대방의 마음을 알아야 하고 그것에 맞출 수 있어야 하며 나를 지켜낼 수도 있어야 한다.
인간관계로 괴로워하는 사람들이 흔히 취하는 전략은 ‘회피’다. 골치 아프고 괴로울 것 같은 관계를 피하고 편하고 안전한 관계만 추구한다. 그 결과 성장과 행복은 멀어지고 소외와 괴로움만 커진다. 심리학자 알프레드 아들러는 ‘사회적 존재로 살아가기 위해 인간이 평생 수행해야 할 과제가 인간관계에 직면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사회와 조화를 이루면서 살아갈 수 있는 사람이 되는 것, 다른 사람을 친구로 여길 수 있는 마음을 갖는 것이 인생의 최종 목표라는 말이다. 그래야 충만한 행복을 경험하며 살 수 있기 때문이다.
경험에 대한 해석이 다른 이유
아들러는 프로이트에게 매료되어 그의 연구에 동참하기도 했던 정신의학자였다. 이후 프로이트가 인간 본성을 성욕으로 설명하는 것에 반대하여 독립한 후 개인심리학을 개창한다. 그가 강조하는 것은 사람은 사회적 존재이기 때문에 다른 사람과 함께 할 수밖에 없고 그 속에서 행복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사람은 주관적 세계를 살아간다. 같은 거리를 걸으면서도 어떤 사람은 사람이 많아서 좋다고 하고 또 다른 사람은 싫다고 한다. 경험은 같은데 해석이 다르다. 저마다 부여하는 의미가 다르기 때문이다. 경험에 대한 해석이 다른 이유를 아들러는 각자의 생활양식 때문이라고 말한다. “인생은 해석이고 해석의 내용을 결정하는 것은 우리의 생활양식이다. 사회에서 벗어나려는 시도는 건강하지 못한 증거일 수 있다. 이런 시도를 하게 되는 것은 인생의 초기에 형성되는 생활양식 때문이다. 문제가 될 수 있는 자신의 생활양식을 바꾼다면 얼마든지 자신을 계발하고 변화를 통해 행복한 삶을 영위할 수 있다.” 이것이 아들러가 말하고자 하는 개인심리학의 핵심이다.
매일 변하지 않겠다고 결심한다
“생활양식이 변하지 않는 것은 변하지 않겠다고 결심했기 때문이다.”
<미움받을 용기 中>

<미움받을 용기 中>는 아들러의 심리학을 청년과 학자의 대화 형식으로 풀어낸 책이다. 살아가면서 겪는 다양한 고민을 아들러의 사상으로 재미있게 설명한다. 아들러에 따르면 우리는 각자 ‘생활양식’을 가진다. 생활양식이란 세계와 자신을 바라보는 관점을 말한다. 간단히 ‘세계관’이라고 해도 무방하다. 직장에 대해, 상사에 대해, 고객에 대해, 일에 대해 우리는 저마다 어떤 관점을 가진다. 그렇게 한번 형성된 생활양식은 큰 변화 없이 일상생활의 판단을 좌우한다.
사람은 열 살쯤부터 본격적으로 자기만의 생활양식을 가지기 시작한다. 유아기 때는 세상에 익숙해지느라 바빠 자기 생각을 가지기 어렵다. 열 살쯤 되면 친구, 학교, 부모, 공부 등에 대한 좋다 싫다 같은 감정들이 형성된다. 당연히 주변의 경험들이 생활양식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친다. 이렇게 형성된 생활양식은 이후의 삶에 개입하여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된다. 책 속에서 아들러는 사람들이 자신의 생활양식을 바꾸지 않겠다고 결심한다고 말한다. 왜 그럴까? 새로운 생활양식을 선택하면 자신에게 어떤 일이 일어날지 알 수 없고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곤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조금 불편하더라도 지금 ‘이대로의 나’로 사는 것이 편하다. 내 생각을 바꾸는 것보다 세상에 대해 불만을 터뜨리는 것이 쉽다. 생각을 바꾸려면 과거의 자신을 부정해야 하고 바뀐 생각에 따라 행동도 달라져야 한다는 부담이 생기는 이유다.
문제는 생활양식을 바꾸지 않으면 고루한 사람이 되어 관계에서 소외되기 쉽다는 것이다. 세상은 변하고 만나는 사람은 달라지는데 과거의 생각을 붙들고 있다면 어떻게 될까?
말이 통하지 않는 사람으로 인식될 것이고 구태의연한 사람으로 회피의 대상이 될 것이다. 비뚤어진 자기 존중감이 삶을 괴롭게 만든다. 인간에게 가장 중요한 것이 인간관계라고 말하는 아들러의 입장에서 이런 태도는 삶을 불행으로 몰아넣는 것과 같다.
진정한 자기 존중감은 문제를 직면하는 것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일단 자신이 생활양식을 바꾸지 않으려 한다는 사실을 알아차려야 한다. 인간의 방어기제는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심리적 상처가 생길 수 있는 경험을 피한다. 그러다 보니 기존의 생활양식에 따라 세계를 보고 정해진 목적에 따라 필요한 감정을 만들어낸다. ‘상사는 나를 이용하는 사람’이라는 생활양식을 가진 사람은 ‘나를 돕는 상사’를 만나도 ‘도움을 주는 데는 목적이 있다’는 식으로 이해한다. 그렇게 이해하는 것이 익숙하므로 감정에 불편함도 느끼지 않는다. 이런 사람들에게 필요한 것은 자신의 판단에 대해 알아차리는 것이다. ‘내가 특정한 생활양식으로 세상을 판단하고 있구나’를 알아야 변화를 시작할 수 있다.
최근 인간관계에 어려움을 겪는 이들이 많아지면서 사람을 피하는 생활양식을 가진 경우를 자주 본다. 사람을 피하는 목적은 다른 사람과의 관계에서 상처받지 않기 위함이다. 힘든 관계를 회피하면 일시적으로 괴로운 순간을 모면할 수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사람은 나를 알아주는 존재를 간절히 필요로 한다. 다른 사람을 통해 자신의 가치를 느낄 수밖에 없는 것이 인간이기 때문에 타인의 존재는 아주 중요하다. 그러나 타인과의 관계에서 상처받지 않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런 점에서 두 번째 중요한 요소가 대두된다. 다름 아닌 용기다. 용기는 타인의 존재를 인정하고 그들과 좋은 관계를 맺으려는 시도와 관련이 있다. 괴로우니 피하자가 아니라 괴로운 관계를 좋은 관계로 바꾸자는 것이 용기다. 고객의 거절이 두려워 만남을 피하는 것이 아니라 부딪혀보면서 접점을 찾아보는 것이다. 회피를 통해 자기를 보호하는 것은 비뚤어진 자기 존중감이다. 진정한 존중감은 주어진 문제를 피하지 않고 직면하게 한다. 나에게 주어진 문제들은 어떻게든 해결할 수 있다는 믿음이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자기를 존중할 수 있는 용기는 무력감을 이겨내고 사회적으로 가치 있는 삶을 살 기반이 된다.
더 나은 존재가 될 수 있다는 믿음
“인간은 무기력한 존재로 태어나지만 뛰어난 존재가 되려는 욕구를 가진다.”
<미움받을 용기 中>

인간은 누구나 뛰어난 존재가 되고 싶은 욕구를 가진다. 사회적 관계에 부딪히면서 괴로움을 경험하고, 자신보다 뛰어난 존재를 만나면서 한계를 경험하기도 한다. 이런 괴로움과 한계에 대한 경험은 뛰어난 존재가 되고자 하는 욕망이 강하기 때문에 느껴지는 것이기도 하다. 뛰어난 존재가 되고 싶지 않은 사람은 사회적 관계에 대해서도 무관심하다. 아들러에 의하면 인간은 누구나 뛰어난 존재가 되려는 ‘우월성의 욕구’를 피할 수 없고 피해서도 안 된다. 우월성 욕구는 우리가 보다 나은 존재가 될 수 있는 힘의 원천이기 때문이다. 여기서 주의해야 할 것이 있다. 우월성의 추구는 타인을 이기겠다는 생각이 아니라 지금의 자신보다 나은 존재가 될 수 있다는 믿음이라는 것이다.
타인과의 경쟁은 우리를 괴롭게 한다. 반면 지금의 나보다 나은 존재가 될 수 있다는 믿음은 타인을 긍정하게 만들고 우리를 고양시킨다. 높은 자아에 집중해서 더 가치 있는 존재로 만들어준다. 진정한 자기 존중감을 가진 사람은 타인과 나, 모두를 긍정할 수 있다.
미움받을 용기가 원칙을 낳는다
아들러는 ‘타인의 과제를 버리라’고 말한다. 우월성의 욕구를 추구하는 과정에서 자칫 다른 사람들에게 인정받으려고 시도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다른 사람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이것저것을 시도하다가는 자기 인생을 살 수 없다. 나의 과제는 내가 믿는 길을 최선을 다해서 가는 것이다. 직장인 중에는 다른 사람의 부탁을 거절하지 못해 어려움을 겪는 사람이 있다. 부탁을 잘 들어주다 보니 자기 일은 늦어지고 부담도 커져 나중에 후회한다.
문제가 되는 것은 다른 사람에게 좋은 사람으로 인정받기 위해 눈치를 보다가 어쩔 수 없이 들어주게 된다는 것이다. 게다가 남의 부탁을 들어주는 자신이 미워져 자기 존중감이 낮아지기도 한다. 그럴 때는 원칙을 가져야 한다. 나는 나의 과제에 충실할 뿐 상대방의 과제에는 개입하지 않는다. 이것이 원칙으로, 일명 과제의 분리다. 그에게는 그의 과제가 있고 나에게는 나의 과제가 있다. 그러니 타인의 과제에 함부로 개입하지 않아야 한다. 상대가 무리한 부탁을 해오거든 ‘이건 당신의 일입니다. 당신이 책임지고 진행하셔야 합니다’라고 명확히 알려야 한다. 이런 거절이 부담스럽게 느껴질지도 모른다. 그래서 필요한 것이 용기다. 이때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떠올려보면 용기를 내는데 도움이 된다. 상대방에게는 자신의 과제가 있고 그것을 수행하는 것이 그의 역할이라는 것을 잊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거절이 오히려 그를 돕는 방법일 수 있는 것이다.
사실 갈등은 타인의 과제에 개입하면서 생기는 경우가 더 많다. 이럴 때는 이렇게 해야 한다거나 지금까지 뭘 했기에 이것밖에 못 했냐는 식의 개입은 갈등을 불러온다. 일종의 간섭이다. 상대방에게 자신의 과제가 있음을 알려주는 것만으로도 충분할 때가 많다. 결국 책임은 그가 지는 것이다.
그렇다고 손 놓고 있으라는 것은 아니다. 끼어들지는 않더라도 함께 해결해야 할 문제가 생길 때는 도울 수 있도록 준비를 해야 한다. 끼어드는 것과 돕는 것은 다르다. 전자는 간섭이고 후자는 협력이다. 부모가 아이의 공부를 대신 해줄 수는 없다. 내가 동료의 업무를 대신해줄 수도 없다. 단지 도울 수 있을 뿐이다. 그러자면 원칙을 가져야 한다. 원칙이 공유되면 문화가 될 수 있다. 서로 자신의 과제에 충실하면서 도울 수 있는 상생의 문화란 이런 것이다. 그런 문화가 정착되려면 처음에는 미움받을 각오를 해야 한다. 그런 용기가 원칙을 낳고 문화로 정착되기 때문이다.
내가 있을 곳은 여기인가?
“인간관계의 목표는 공동체 감각을 갖는 것, 타인을 친구로 여기고 ‘내가 있을 곳은
여기’라고 느끼는 것이다.”
<미움받을 용기 中>

우리는 자기중심적 생활양식을 가지고 살아간다. 하지만 진정한 행복이란 내가 있을 곳이 여기라는 공동체 감각을 가질 때 얻을 수 있는 것이다. 자신이 공동체에 유익한 존재라는 느낌이 자기 존중감을 높여주기 때문이다. 공동체에 유익한 존재가 되라는 말은 타인의 과제를 대신 수행하라는 뜻이 아니라 나의 과제가 공동체에 기여하는 것이어야 한다는 의미다. 내가 누구인지는 내가 몸담은 곳에 공헌하는 정도에 의해 결정된다. 오늘 잘했다는 공헌감이 충만한 하루를 살았다는 것을 증명해주고 행복을 경험하게 한다.
“내가 있을 곳은 여기, 이곳인가?”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이 행복을 좌우한다. 행복은 공헌감이다.
미움받을 용기
고가 후미타케, 기시미 이치로 글|전경아 역 | 인플루엔셜
아들러 심리학에 관한 일본의 일인자 기시미 이치로와 베스트셀러 작가인 고가 후미타케의 저서다. 아들러 심리학을 공부한 철학자와 세상에 부정적이고 열등감 많은 청년이 다섯 번의 만남을 통해 ‘어떻게 행복한 인생을 살 것인가’라는 질문에 답을 찾아가는 여정을 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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