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식의 왕자,
돈가스 이야기

고기에 밀가루, 달걀, 빵가루를 입힌 돈가스는 일본이 메이지 시대에 서구 문물을 받아들이면서
탄생했다. 우리나라에 전해진 것은 일제강점기 때로, 1980년대 후반부터 일상생활에서 쉽게 먹을 수 있는 음식이 되었다.
‘양식의 왕자’로 불리는 돈가스는 어디에서 시작했고 어떻게 발전하고 있을까.
글. 신재근(청강문화산업대학교 조리학과 교수, <배고플 때 읽으면 위험한 집밥의 역사&> 저자)
돈가스는 어떻게 만들어졌을까?
돈가스의 역사는 로마 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가는데, 고기에 빵가루를 묻히고 튀겨서 로마군에게 제공했다는 문헌이 남아 있다. 빵을 주식으로 하는 유럽에서는 먹고 남은 마른 빵을 처리하기 위해서 빵가루를 만들어 활용했는데, 커틀릿 형태의 요리를 위해 고기에 빵가루를 묻혀 기름에 튀겼다. 그중에서도 커틀릿 형식의 요리는 부피감이 있고 맛도 일품이어서 유럽에서 큰 인기를 끌게 된다. 나라마다 그 나라에서 생산되는 고기나 생선을 튀겨 먹는 요리가 있다. 그런 요리들이 오늘날 돈가스로 불리는 커틀릿의 원형이다.
돈가스는 세 가지 요소가 충족된 후 완성되는데 고기와 빵가루 그리고 기름이 넉넉해야 한다. 동물의 가축화로 풍부한 육류가 공급되고 빵의 발명 이후 남아도는 마른 빵을 처리하기 위해 빵가루가 쓰였다. 여기에 튀김을 위한 동물성 지방이 풍부하게 공급되는 요건이 충족된 후 만들어진 고급 요리였다.
커틀릿을 이탈리아에서는 ‘코틀레타(Cotoletta)’라 부르고, 영국에서는 ‘커틀릿(Cutlet)’이라 부르며, 오스트리아에서는 ‘슈니첼(Schnitzel)’이라고 부른다. 프랑스에서는 다진 고기와 감자를 튀겨 먹는 요리를 ‘크로켓(Croquettes)’이라고 한다. 일본에서 서양 문물을 받아들일 때 들어온 ‘커틀릿’은 일본어의 외래어 표기인 ‘돈카츠 레츠’로 불리다가 축약 현상으로 인하여 ‘돈카츠’가 되었다. 우리나라에는 ‘돈가스’라는 이름으로 정착한다.
이제 돈가스는 특별한 음식이 아닌 우리의 일상생활에서 쉽게 먹을 수 있는 음식이 되었지만 돈가스의 발전은 아직까지 계속되고 있다. 돈가스 하면 우리에게 익숙한 남산 왕돈가스가 있지만 왕돈가스가 최고라는 건 옛말이다. 이제는 돈가스의 넓이가 아닌 두께가 중요한 시대가 되었다.
말 그대로 ‘양보다 질’로 바뀐 것이다.
이이토코토리(いいとこ取り)의 일본 돈카츠
돈가스는 일본의 정체성을 담당하는 두 축인 이이토코토리(いいとこ取り, 좋은 것은 취한다)와 화혼양재(和魂洋才)의 정신이 접목된 가장 대표적인 음식이다. 메이지 시대의 일본은 빠르게 서구 문물을 받아들이면서 식생활의 서구화가 가속화되었다.
이때 튀김 요리도 함께 발전하는 데 커틀릿이 도입되면서 ‘카츠 레츠’라는 쇠고기 튀김이 인기를 얻기 시작한다. 돈카츠는 1899년에 일본 도쿄 긴자의 ‘연와정(煉瓦亭)’이라는 도쿄 식당에서 처음 만들어졌다. 연와정은 돈카츠 이외에도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오므라이스와 하이라이스 등을 만든 식당으로도 유명하다. 돈카츠는 우스터소스에 찍어 먹는 반찬으로 일본에서 큰 인기를 얻었고 카레라이스 역시 비슷한 시기에 도입되어 일본의 대표적인 음식으로 꼽히게 된다. 이 시절 일본의 여학교 가정 시간에는 서양 요리 수업이 포함되어 있었는데, 그 시대의 고급 요리인 ‘갓포 요리(割烹料理, 할팽 요리)’를 가르쳤다.
‘갓포’는 일본 요리를 뜻하는데, 한자로 할팽(割烹)이다. ‘할’은 ‘자른다’는 뜻으로 칼 요리를 의미하고, ‘팽’은 ‘삶는다’는 의미로 불 요리를 상징한다. 갓포 요리는 당시에는 고급 요리였지만 지금은 경양식이 되어 일본인들의 일상식이 되었다. 돈카츠와 고로케, 카레라이스와 오므라이스는 ‘화양절충(和洋折衷)’의 요리로 오늘날 일본 가정식의 대표 요리가 되었다.
지금의 갓포 요리는 일본의 정식 요리인 가이세키 요리와 선술집 요리인 이자카야의 중간 선상에 위치한다. 돈카츠는 그 시절의 갓포 요리로 완전한 일본식 정식도 선술집 요리도 아닌 고급 음식으로 일본인들에게 전파되었다. 그리고 돈가스가 우리나라에 전해진 것은 일제강점기 때이며, 우리가 돈가스를 일상에서 쉽게 접하게 된 것은 1980년대 후반부터다.
한국의 맛으로 태어나다
우리나라는 1970년대부터 돼지기름 대신 식용유가 일반화되기 시작하고, 1980년대에 들어 양돈산업이 부흥하여 돼지고기 수급이 안정화된다. 식용유와 돼지고기, 미국에서 온 공짜 밀가루 덕에 라면과 빵도 풍성해졌다. 우리나라에도 빵가루가 잉여생산품 대열로 들어서게 되면서 그 시대의 최고급 요리였던 경양식집에서나 먹을 수 있었던 돈가스가 각 가정의 식탁에도 출현하기 시작한다. 1980년대 중반 삼겹살과 제육볶음을 많이 먹던 우리나라에서는 ‘돼지 등심과 안심’이 늘 찬밥 신세였지만 이런 양돈협회의 고민을 단체 급식용 ‘돈가스’가 한 방에 해결해준다. 베이비 붐 세대의 전국의 초·중·고등학교는 물론이고 대학교에서도 돈가스가 가장 인기 있는 메뉴가 되면서 말이다. 이제 돈가스는 특별한 음식이 아닌 우리의 일상생활에서 쉽게 먹을 수 있는 음식이 되었지만 돈가스의 발전은 아직까지 계속되고 있다. 돈가스 하면 우리에게 익숙한 남산 왕돈가스가 있지만 왕돈가스가 최고라는 건 옛말이다. 이제는 돈가스의 넓이가 아닌 두께가 중요한 시대가 되었다. 말 그대로 ‘양보다 질’로 바뀐 것이다.
돈가스의 고급화 전략
고기를 두껍게 만드는 돈가스는 뛰어난 기술을 필요로 한다. 고기가 얇을수록 밀가루, 달걀, 빵가루로 이루어진 튀김옷이 잘 붙는다. 반면에 고기가 두꺼울수록 고기의 수분으로 인해 튀김옷이 잘 떨어진다. 2000년대 홈쇼핑 시대에 들어서면서 고기의 두께가 7mm인 돈가스가 업계를 평정한다. 7mm 두께의 돈가스는 기존의 밀가루, 달걀, 빵가루를 입히면 돈가스를 튀길 때 고기에서 나오는 수분 때문에 튀김옷이 다 떨어진다.
그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돈가스의 배터(Batter, 반죽) 전쟁이 시작되었다. 많은 양산 업체와 프랜차이즈 업체가 고기를 두껍게 해도 튀김옷과 고기가 분리되지 않는 다양한 식품 가공 기술을 도입한다.
요즘은 입자가 굵고 보슬보슬한 습식 빵가루를 묻혀서 튀기는 일식 돈가스가 인기다. 사실 생산자 입장에서는 건식 빵가루를 묻힌 돈가스보다 손도 많이 가고, 냉장·냉동 보관하기도 힘들다. 하지만 소비자의 기호도는 항상 고급화 쪽으로 변하기 마련이다. 돈가스를 2cm 두꺼운 고기로 만들려면 드라이 에이징(Dry Aging) 기술과 배터 믹스의 기술력이 필요하다. 일상적으로 먹어온 돈가스에도 우리가 모르는 이런 경쟁과 끊임없는 연구가 숨어 있는 걸 보면 ‘우리가 사는 이 세상이 참 치열하구나’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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