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동기를 심어주는 이야기

<그리스인 조르바>

글. 안상헌(Meaning독서경영연구소장)
자유, 그 자체가 되려는 남자
그리스의 혁명가이자 문학가였던 니코스 카잔차키스는 평생을 자유와 혁명을 위해 치열한 삶을 살았다. 그 삶이 어떠했는지는 그의 묘비문이 잘 보여준다. 영원한 자유인. 이것이 그가 추구했던 삶이었다. 노벨문학상 후보로 몇 번이나 이름을 올렸던 니코스 카잔차키스는 어린 시절 터키와의 전쟁을 경험했다. 조국 그리스가 터키의 식민지에서 독립하기 위해 전쟁을 벌였기 때문이다. 전쟁의 참담한 피난 생활을 경험하면서 자유의 소중함을 깨달은 그는 자유와 해방을 위한 투쟁에 삶을 바치겠다고 결심한다. 그리고 훗날 그 투쟁의 길에서 조르바를 만난다. 그의 대표작 <그리스인 조르바>의 주인공 조르바는 카잔차키스의 일생에서 가장 큰 영향을 미친 친구이자 스승이자 동업자로 실재 인물이다. 역대 소설의 캐릭터 중에서 가장 저돌적인 인물로 평가받는 조르바는 자유라는 이상을 향해 돌진하면서 주변 사람들을 감화시키는 놀라운 에너지를 가진 사람이다. 책 속에서 나로 등장하는 카잔차키스는 조르바와 첫 만남에서 일종의 고용계약을 맺는다. 그 자리에서 조르바가 제시한 계약 조건은 이랬다.

“결국 당신은 내가 인간이라는 걸 인정해야 한다 이겁니다.”
“인간이라니, 무슨 뜻이지요?”
“자유라는 거지!”
순간을 영원처럼 최선을 다할 것
사람이 살아가는 이유는 다양하다. 가족을 위해서, 돈을 위해서, 명예를 위해서, 행복을 위해서…. 이런 삶의 이유를 종합하면 하나로 집약될 수 있을 듯하다. 바로 자유다. 사람은 누구나 자유롭게 살길 원한다. 돈을 버는 것도, 가족이 잘되기를 바라는 것도, 높은 지위와 멋진 자동차를 원하는 이유도 자유와 관련이 있다. 행복도 자유를 전제로 한다. 그런데 조르바가 자유를 대하는 모습은 보통 사람들과 다르다. 그는 자유 그 자체가 되려고 한다. 자신이 원하는 대로 살면서 지금 하는 일에 몰입하여 자신을 잊을 수 있는 사람이 조르바다.

“일을 어정쩡하게 하면 끝장나는 겁니다. 말도 어정쩡하게 하고 선행도 어정쩡하게 하는 것, 세상이 이 모양 이 꼴이 된 건 다 그 어정쩡한 것 때문입니다. 할 때는 화끈하게 하는 겁니다. 못 하나 박을 때마다 우리는 승리해나가는 것입니다.”

탄광사업을 하면서 조르바는 측량하고 계산하고 명령을 내렸다. 그는 하루 종일 먹지도 않고 담배를 피우지도 않았을 뿐만 아니라 쉬지도 않았다. 이것이 조르바가 일하는 방식이다. 우리는 자주 착각한다. 하지 않아도 되는 것이 자유라고. 자유는 두 가지 면을 가졌다. 하나는 무엇인가를 하지 않아도 되는 자유이고, 다른 하나는 할 수 있는 자유다. 일을 하지 않아도 되는 자유, 돈을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자유를 우리는 부러워한다. 이것은 자유의 소극적 면이다. 그 반대쪽에는 일할 수 있는 자유, 도전할 수 있는 적극적 자유의 의미가 숨겨져 있다. 조르바의 자유는 무엇인가를 할 수 있는 자유를 통해 소극적인 부분까지 장악하는 적극적인 것이다. 그래서인지 <그리스인 조르바>를 읽은 사람들은 주먹에 힘이 들어가고 뭔가 해보고 싶다는 동기를 얻게 된다고 말한다.
조르바가 일하는 방식, 물아일체
경제가 어려워지면서 삶이 힘겹다고 느끼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그러다 보니 마음이 소극적으로 변하고 세상일에 수동적으로 대응하게 된다. 이런 모습은 조르바에게는 용납될 수 없다. 수동적으로 사는 것은 죽은 것과 다름없다는 것이 조르바의 생각이기 때문이다. 언젠가 조르바가 도자기 만드는 일을 할 때였다. 돌리던 녹로에 손가락 하나가 자꾸 걸려 도자기가 엉망이 되곤 했다. 화가 난 조르바는 갑자기 손도끼를 들어서 거치적거리는 손가락을 툭 잘라버린다. 도자기를 제대로 만들기 위해서 손가락을 잘라버린 엽기적 인물이 조르바인 것이다.

“일할 때는 말 걸지 마슈. 똑 부러질 것 같으니까.”
“부러지다니, 조르바. 그게 무슨 말이오?”
“또 ‘무슨 뜻이냐, 왜 그러냐’ 하시는군. 꼭 애들같이! 그걸 내가 무슨 수로 설명해요? 나는 일에 몸을 빼앗기면, 머리꼭지부터 발끝까지 잔뜩 긴장하여 이게 돌이 되고 석탄이 되고 산투리가 되어버린단 말입니다. 두목이 갑자기 내 몸을 건드리거나 말을 걸면 돌아봐야죠? 그럼 꼭 부러져버릴 것 같다는 말입니다. 이제 아시겠어요?”

조르바가 일하는 방식은 일 그 자체에 완전히 빠져드는 것이었다. 일과 생각이 따로가 아니라 일이 곧 생각이었고 자신이었다.

“지금 우리 앞에 있는 건 육반입니다. 우리 마음이 육반이 되게 해야 합니다. 내일이면 갈탄광이 우리 앞에 있을 겁니다. 그때 우리 마음은 갈탄광이 되어야 합니다. 어정쩡하다 보면 아무 짓도 못하지요.”

뭔가를 할 때 온통 그것에 집중해서 자신을 잊는 경지, 물아일체(物我一體)가 조르바의 방식이다. 기왕 할 거면 화끈하게 하자는 것이다. 이런 모습이 너무 극단적이라 거부감이 들 수도 있지만 중요한 것은 조르바의 행동에서 삶에 도움을 주는 의미를 발견하는 것이다. 우리는 일이 귀찮거나, 하루가 힘들다는 생각을 종종 한다. 월요일 아침이면 괴로워지는 것도 이런 태도 때문이다. 조르바에 의하면 이런 삶은 가치가 없다. 일과 일상에 붙잡힌 노예와 다름없다. 무엇이 주어지든 그것을 극복하는 것만이 자유로울 수 있는 길이다.
일이 많다거나 지루하다는 것에 붙잡혀서는 안 된다. 오히려 그 일을 통해 자유로워져야 한다. 이것만이 삶의 가치를 새롭게 만들 수 있는 창조적 인간의 역동적 힘이다.
삶의 브레이크를 거부하는 태도
자유를 향해 스스로를 동기부여하는 조르바의 힘은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 그의 이야기를 통해서 그 근원을 살펴보자.

“잘난 놈들은 모두 자기 브레이크를 씁니다. 그러나 나는 브레이크를 버린 지 오랩니다. 나는 꽈당 부딪히는 걸 두려워하지 않거든요……. 부딪혀 작살이 나면 그뿐이죠. 그래 봐야 손해 갈 게 있을까요? 없어요. 천천히 가면 거기 안 가나요? 물론 가죠. 기왕 갈 바에는 화끈하게 가자 이겁니다.”

그의 삶에는 브레이크가 없다. 이것이 그가 살아가는 방법이다. 보통 사람들은 적당히 브레이크를 건다. ‘오늘은 피곤하니까 여기까지 하자.’ ‘적당히 하면 돼.’ ‘이쯤이면 충분하겠지.’ 조르바는 이런 생각을 혐오한다. 삶의 브레이크를 거부하는 태도, 일에 부딪혀서 끝장을 보겠다는 정신, 일상을 정복해버리겠다는 불굴의 의지가 그를 지배한다. 시간을 계산하고, 에너지를 안배하고, 휴식을 고려하는 것은 중요하지 않다. 그에게 중요한 것은 오직 눈앞에 있는 일, 오늘 하루를 제대로 살아보는 것이다. 이런 태도는 주변을 놀라게 하지만 그들도 곧 조르바의 태도에 공감하게 된다. 그리고 점점 조르바를 닮아간다. 우리는 돈이 많고 지위가 높은 사람들이 큰 영향력을 발휘한다고 믿는다. 하지만 돈과 지위는 부러움의 대상일 뿐 존경의 대상은 아니다. 사람들의 존경을 받는 이들은 자신만의 철학을 갖고 일과 삶에 충실한 사람들이다. 사람이 언제 매력 있게 보이느냐는 설문조사에서 1위를 차지한 대답이 ‘자신의 일에 흠뻑 빠져 몰입하고 있을 때’라는 통계가 그것을 증명한다. 그런 점에서 조르바의 방식은 자기 삶을 자유와 행복으로 이끌면서도 다른 사람들에게 행동의 동기를 부여하는 큰 힘으로 이어진다. <그리스인 조르바>에는 조르바와 대비되는 인물이 등장한다. 아나그노스티 영감이다.

“날 봐요. 나보다 복 많은 사람 또 있겠소? 밭이 있겠다. 포도밭, 올리브 과수원에다, 이층집이 있겠다. 돈도 있겠다. 마을 장로겠다. 착하고 정숙한 여자와 결혼해서 아들딸 낳았겠다. 나는 이 여자가 내 말에 반항하여 눈꼬리 치켜뜨는 꼴도 본 적이 없소이다. 거기에 다 내 아들들도 모두 아이 아비가 되어 있겠다. 내겐 불만이 없어요. 뿌리가 깊이 내렸으니까. 그러나 이놈의 인생을 또 한 번 살아야 한다면 파블리처럼 목에다 돌을 매달고 물에 빠져 죽고 말겠소. 인생살이가 힘든 것이오. 암, 힘들고말고……. 팔자가 늘어져봐도 별수가 없어요.”

아나그노스티 영감의 모습을 보면서 우리의 삶과 너무도 닮아 있음을 발견한다. 열심히 노력해서 살 만한 환경은 만들었지만 일과 직장과 사람에 대한 열정은 식어버렸다. 주중에 일하고 주말은 쉬고, 시간이 나면 ‘뭐 재미있는 일이 없나?’ 기웃거린다. 자신이 일군 것에 보람이나 긍지는 없고 유흥과 오락만 찾아다닌다. 삶에 필요하다 싶은 것들을 열심히 준비했지만 그러는 동안 그것에 묶여버렸다. 인생을 ‘다시 한번 살아야겠다, 제대로 해봐야겠다, 세상을 정복해버리겠다’는 의지는 없다. 이런 삶은 아무런 울림도 없고 아무런 공명도 주지 못한다. 인생을 모두 경험해버리고 말겠다는 힘찬 팔뚝이 주는 감동이 없기 때문이다.
내 안의 조르바를 찾아서
사르트르는 ‘인간은 무(無)’라고 말한다. 고정된 존재가 아니라 무엇으로든 변할 수 있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가능성을 가진 존재다. 우리가 가능성의 존재라면 그것을 실현할 수 있는 것은 우리의 의지와 노력일 것이다. 조르바는 펄떡이는 물고기 같은 생생한 삶을 통해 인간의 의지가 어떤 힘을 발휘하는지 몸으로 보여주는 인물이었다. 우리 안에도 조르바가 숨어 있다. 살아 있는 삶을 살고 싶은 마음은 모두 같다.
마음속 조르바에게 말을 건네보자. 진정으로 살아 있는 하루를 보내자고. 아마 불끈 쥔 주먹에 푸른 핏줄이 돋아나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나는 살아가고 싶다.
이것이 우리의 결의다.
그리스인 조르바
현대 그리스 문학을 대표하는 작가 니코스 카잔차키스의 장편소설로, 수십 개국 언어로 번역되어 전 세계인들이 손꼽는 스테디셀러다. 이성적 행동과 본능적 행동, 고용주와 고용인, 젊은이와 노인의 대비되는 삶이 유쾌하게, 때론 감동적으로 펼쳐진다. 인간에게 누구나 진정한 자유란 무엇인가라는 주제를 생각하게 만드는 수작으로, 호쾌한 자유인 조르바가 펼치는 영혼의 투쟁을 풍부한 상상력으로 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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