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래의 배설물이
지구온난화 해결사라고?

정말 생뚱맞은 이야기가 있다. 생각만 해도 역겨울 것 같은 고래 ‘똥’이 뜨거운 지구를 식히며 지구온난화 방지에 일조한다는 이야기다.
고래 ‘똥’을 찾아 망망대해를 헤매는 ‘고래 배설물 연구원’들이 밝힌 사실이다. 고래의 배설물이 지구온난화를 막아준다니,
대체 어떤 원리로 이런 일이 가능한 것일까.
글. 김형자(과학 칼럼니스트)
고래 똥에 든 철이 온난화 막을 구원투수
고래의 배설물에는 엄청난 양의 철이 있다. 똑같은 양의 고래 ‘똥’과 ‘바닷물’을 비교해본 결과 고래 쪽에 1,000배쯤 철 성분이 많았다. 이러한 사실은 남극 바다에 사는 수염고래류 27마리의 똥을 조사한 호주의 해양생물학자 스티븐 니콜 박사팀에 의해 처음 알려졌다. 고래의 똥에 왜 이렇게 철이 많은 것인지, 고래가 몸속에서 철을 자체적으로 생산하는 것인지는 아직 모른다. 그렇다면 철 성분이 지구온난화와 어떤 연관성이 있을까.
식물은 광합성을 하면서 대기 중 이산화탄소를 흡수한다. 지구온난화의 주범인 이산화탄소를 가장 많이 흡수·저장하고 있는 생명체가 바로 식물이다. 바다에서도 그런 생물이 있다. 식물성 플랑크톤이다. 식물성 플랑크톤도 광합성을 하여 지상의 모든 식물이 흡수하는 이산화탄소 양의 60%에 맞먹는 양을 흡수하고, 산소를 가장 많이 생산한다.
플랑크톤의 주 구성 요소인 탄소는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에서 온 것이다. 플랑크톤이 죽으면 바다 밑으로 가라앉는다. 이는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가 플랑크톤의 몸에 갇혀 가라앉는 셈이다. 식물성 플랑크톤은 동물성 플랑크톤의 먹이다. 동물성 플랑크톤은 다시 어류 등 바다생물의 먹이가 된다. 그러면서 플랑크톤 속 이산화탄소는 자연스럽게 바다생물로 옮겨간다. 바다생물들의 몸이 이산화탄소 저장고가 되는 셈이다. 이 과정에서 대부분이 배설물이나 생물 잔해의 형태로 심해저에 가라앉아 수백 년간 이산화탄소가 저장되는 것이다. 문제는 바닷물에는 철 성분이 늘 부족하다는 데 있다. 과학자들은 1930년대 바다의 식물성 플랑크톤이 성장하기 위해서는 철 성분이 꼭 필요하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바다의 플랑크톤이 자라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가 바로 이 철 결핍에 있었다. 영양분이 아무리 충분할지라도 철이 부족해 플랑크톤이 많이 자라지 못하면 바다는 ‘사막’으로 변한다.
고래 똥에 포함된 철은 식물성 플랑크톤에게 최상의 비료다. 따라서 고래 수를 늘려 인공적이 아닌 자연산 철분을 바다에 투입한다면, 많은 식물성 플랑크톤이 대기 중 이산화탄소를 좀 더 많이 바다에 잡아 가둘 수 있다.
그야말로 친환경적 지구온난화 방지책이다.
철이 이산화탄소를 흡수한다는 것은 사실일까?
이때 과학자들은 식물성 플랑크톤의 광합성 작용에서 한 가지 생각을 떠올렸다. “만일 바다에 부족한 철 가루를 인공적으로 뿌려 식물성 플랑크톤을 대량으로 증식할 수 있다면, 이들이 공기 중의 이산화탄소를 흡수하여 지구온난화에 도움을 줄 수 있지 않을까?” 이후 과학계에서 바다에 철을 뿌리는 간단한 방법으로 지구를 식히는 연구가 진행되었다. 철이 지구온난화 해결에 연관이 있다는 것을 밝히기 위해 실제로 조사에 나선 것이다. 그 뒤 철이 이산화탄소를 흡수한다는 사실을 처음 확인한 것은 화산 폭발에서였다. 1991년 필리핀 피나투보 화산 폭발로 철 먼지 4만 톤 정도가 전 세계 바다에 떨어진 적이 있다. 당시 환경과 학자 앤드루 왓슨 박사는 철 먼지로 인한 변화를 분석했다. 그 결과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 양이 떨어지고 산소의 수치가 확 올라간 것으로 나타났다. 2007년, 미국 샌프란시스코의 환경기업 플랑크토스도 실제로 바다에 총 여섯 차례의 철 가루를 살포해 플랑크톤의 변화를 추적해왔다. 이 회사 말고도 플랑크톤을 늘리기 위해 바다에 철 가루를 살포한 실험은 세계적으로 모두 12건이나 있다. 그동안의 철 가루 살포 실험에서 나타난 ‘철 가루와 플랑크톤과의 상관관계’는 확실했다. 갈라파고스제도 인근 해역처럼 질소·인 등이 풍부한 해역에 황산철을 뿌리자 일주일 만에 식물성 플랑크톤의 양이 3배, 번식력은 4배로 증가했고, 바다 표면 위 공기층의 이산화탄소 농도가 줄어드는 놀라운 결과를 얻었다. 2009년 독일·인도·프랑스·이탈리아·스페인·칠레 등의 과학자들이 모여 남극해에 철 가루를 뿌린 ‘로하펙스 프로젝트’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당시 300㎢의 바다에 6톤의 철 가루를 뿌린 결과, 해조류 등 식물성 플랑크톤이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철 가루의 효과가 입증된 것이다.
고래의 개체 수 늘릴 일만 남았다
바다에 인공적으로 투입한 철 가루가 플랑크톤의 성장을 촉진하는 것은 분명했다. 하지만 ‘인공 철 가루가 생태계에 해로움을 주지 않는다는 것이 입증되지 않은 상태에서 바다에 마냥 철 가루를 뿌리는 것은 옳지 않다’는 환경론자들의 반대도 만만치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고래 똥에 철 성분이 많다는 것이 밝혀졌다. 고래는 온 지구 바다를 누비면서 똥을 눈다. 고래 똥에 포함된 철은 식물성 플랑크톤에게 최상의 비료다. 따라서 고래 수를 늘려 인공적이 아닌 자연산 철분을 바다에 투입한다면, 많은 식물성 플랑크톤이 대기 중 이산화탄소를 좀 더 많이 바다에 잡아 가둘 수 있다. 그야말로 친환경적 지구온난화 방지책이다. 고래가 줄어들면 고래 똥도 줄고, 식물성 플랑크톤도 줄어들고, 지구온난화만 가속화된다. 고래잡이로 고래의 수를 줄이지 말아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고래 고기가 아니라 지구 기후를 지켜주는 고래 똥이다.

댓글 총 1

LOGIN
로그인
로그인

닫기
웹진 회원가입

현대모비스 임직원만 회원가입 가능합니다.
직원여부 확인을 위해 사원번호를 입력해 주세요.

인증메일이 안올 경우 사번번호, 사용할 비밀번호를 mkt01@hanaroad.com로 보내주시면 회신 드리겠습니다.
닫기
웹진 회원가입

귀하의 회사메일로 인증코드가 발송되었습니다.
인증코드 번호를 입력바랍니다.

인증메일이 안올 경우 사번번호, 사용할 비밀번호를 mkt01@hanaroad.com로 보내주시면 회신 드리겠습니다.
닫기
웹진 회원가입

인증번호를 통하여 본인 확인이 되었습니다.
앞으로 사용하실 비밀번호를 입력하세요.

인증메일이 안올 경우 사번번호, 사용할 비밀번호를 mkt01@hanaroad.com로 보내주시면 회신 드리겠습니다.
닫기
비밀번호 재발급

비밀번호 재발급을 위하여 사원번호(이메일 주소)를 입력하세요. 본인 확인 인증번호가 발송됩니다.

@mobis.co.kr

인증메일이 안올 경우 사번번호, 사용할 비밀번호를 mkt01@hanaroad.com로 보내주시면 회신 드리겠습니다.
닫기
비밀번호 재발급

귀하의 회사메일로 인증코드가 발송되었습니다.
인증코드 번호를 입력바랍니다.

인증메일이 안올 경우 사번번호, 사용할 비밀번호를 mkt01@hanaroad.com로 보내주시면 회신 드리겠습니다.
닫기
비밀번호 재발급

인증번호를 통하여 본인 확인이 되었습니다.
앞으로 사용하실 비밀번호를 입력하세요.

닫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