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가들이 사랑한 색,
핑크

전 세계 4세에서 7세 여자아이들의 총애를 받는 색. 영화 <금발이 너무해> 속 여주인공 리즈 위더스푼이 사랑했던 색.
평소 좋아하지 않는 옷 색깔이지만 봄이 오면 꼭 한번 걸쳐보게 되는 색. 핑크는 누가 뭐래도 ‘사랑스러움’과 ‘여성성’을 상징하는
대표 색이다. 눈부신 봄이 시작되는 3월, 핑크를 사랑한 화가들의 그림을 소개한다.
글. 이소영(소통하는 그림연구소-빅피쉬 대표, <그림은 위로다> 저자)
일본의 한 여성 교도소는 문과 창틀이 핑크로 꾸며져 있다. 교도소 내 공간과 소품은 물론, 수감자들이 사용하는 이불과 죄수복까지 온통 핑크다. 긴장감이나 압박감을 줄이기 위한 조치라는 교도소 측의 설명이다. 사람은 핑크를 보면 뇌에서 ‘노르에피네프린’을 분비하는데, 이 물질은 인간이 내재한 공격적 행동을 유발하는 특정 호르몬을 억제한다고 알려져 있다. 일본의 교소도뿐만이 아니다. 스위스의 페피콘 교도소 역시 핑크로 공간을 꾸몄다. 수감자들의 공격성을 감소하기 위해 고민하던 교도소 관계자들은 ‘컬러’에 주목했고, 색상 전문가들의 조언에 따라 수용소를 핑크로 리모델링한 것이다. 그리고 그 결과, 수감자들의 폭력적이고 공격적인 행동이 현저히 줄었다고 한다.
Mary Cassatt , The Cup Of Tea, 1879
행동심리학자들은 핑크가 심장 근육을 천천히 움직이게 하고 진정 효과가 있다고 말한다. 그 때문에 노인병 환자, 청소년, 가정 치료 요법을 받는 환자들에게 활용한다.
이토록 눈부신 핑크의 활약을 알고 나니, 화가들이 그린 핑크빛 그림이 궁금해진다.
꽤 많은 화가가 핑크를 활용한 작품을 남겼는데, 신기하게도 작품마다 수없이 많은 핑크가 쓰였다.
인상주의 화가 ‘메리 카사트’의 핑크
인상주의를 대표하는 여성 화가인 메리 카사트(Mary Cassatt, 1845~1926)는 미국인이지만 프랑스에서 활발히 활동했다. 그녀는 오빠와 함께 미국에 프랑스 인상주의를 알리는 역할을 했다. 특히 프랑스 인상주의 화가들인 모네, 르누아르, 드가 등 동료들의 그림이 프랑스에서 큰 인기를 끌지 못할 때 미국의 신흥 컬렉터들을 소개하는 데 힘쓰기도 했다. 그녀의 작품은 대부분 실내에 있는 여성과 아이를 모델로 한다. 작품 속에는 핑크빛 옷을 입은 여인이 자주 등장하는데, 여성 화가 특유의 섬세한 시선을 엿볼 수 있다.
‘조르주 브라크’와 ‘앙리 루소’의 정물화
무뚝뚝할 것만 같은 두 남자 화가의 정물화 속에도 ‘핑크 아이템’이 숨겨져 있다. 파블로 피카소와 함께 입체주의를 창안한 조르주 브라크(Georges Braque,1882~1963)의 작품 속에는 ‘핑크색 냅킨’이 시선을 붙잡는다. 전체적인 화면으로 볼 때 핑크는 아주 작은 부분이지만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젊은 시절에는 세관원으로 일하다가 40대에 화가가 된 앙리 루소(Henri Rousseau,1844~1910)의 작품에서는 핑크색 양초가 등장한다. 서둘러 양초에 불을 밝히고 싶을 만큼 마음을 자극한다. 두 작품 모두 핑크 소품으로 인해 그림에서 꽃향기가 나는 듯 화사하다.
  • Georges Braque, The Pink Napkin, 1933
  • Henri Rousseau, The Pink Candle, 1909
Henri Matisse, Laurette In Green In A Pink Chair, 1917
‘앙리 마티스’와 초상화
개인적으로 초상화를 의뢰하고 싶은 화가가 누구냐고 물으면, 고민 없이 ‘앙리 마티스’라고 이야기할 것이다. 그라면 틀에 박힌 듯 우아하고 예쁘게 그려낸 초상화가 아니라, 개성 있고 세련된 초상화를 그려줄 것이라 믿기 때문이다. 앙리 마티스(Henri Matisse, 1869~1954)는 수많은 유명 화가 중에서도 세련되고 위트 넘치는 표현을 작품마다 숨겨놓는 대가로 꼽힌다. 시대를 앞서가는 마티스의 세련된 감각을 그 누가 따라올까. 하지만 너무 과하게 앞서나간 나머지 그의 아내는 그에게 “당신은 날 단 한 번도 예쁘게 그려준 적이 없어!”라며 화를 냈다고 한다. 그가 그린 두 점의 초상화에서 핑크는 중심 색조다. 청록색 가운의 여인에게는 의자로, 턱을 괸 여인에게는 블라우스로, 100년 전 여인들로 보이지 않을 만큼 현대적인 느낌이다. 앙리 마티스의 시대를 앞서가는 색채 감각 때문일 것이다.
  • Henri Matisse, Pink Blouse, 1924
Edgar De Gas, The Pink Dancers, Before The Ballet, 1884
발레리나를 즐겨 그린 ‘에드가 드가’의 핑크
인상주의 화가 에드가 드가(Edgar De Gas,1834~1917)는 다른 인상파 화가들이 당시 파리 사람들의 여가나 야외 풍경에 매료되었을 때, 발레리나와 경주마의 움직임을 포착하길 즐겼다. 특히 드가가 그린 발레리나 작품에는 유독 핑크 발레 의상을 입은 소녀가 자주 등장한다. 당시 돈 많은 귀족 중에서는 이 어여쁜 소녀들과 연인이 되기를 꿈꾸는 남자들이 많았다고 한다. 때로 남자 귀족 중에는 가난한 소녀 발레리나들의 스폰서도 있었다. 그래서 드가의 그림 중에는 화려한 발레리나들을 커튼 뒤에서 몰래 엿보는 신사가 등장하기도 한다.
드가는 파스텔로 그림을 빚어내는 귀재이기도 했다. 하단의 두 작품은 모두 파스텔화인데 발레복 특유의 바스러지는 느낌을 표현하는 데 제격이다. 드가의 핑크 발레리나들은 알고 있을까? 본인들의 가장 아름다운 한때를 그린 그림을 수많은 사람이 사랑하고 있다는 것을.
Edgar De Gas, Pink Dancer, 1896
핑크에 대한 오해
핑크는 많은 여성이 ‘그냥’ 좋아하는 색일 거라고 생각하는데 과거에는 개념이 달랐다. 아기 옷에 대한 <뉴욕 타임스>의 1893년 기사를 보면 ‘언제나 남자아이는 핑크, 여자아이는 파란색 옷을 입혀야 한다’고 언급되어 있다.
또 1918년 무역 전문지에서는 남자아이에게 핑크를 입히는 경향이 일반적이라고 밝혔다. 이쯤 되면 우리가 지금 생각하는 ‘핑크’는 무조건 여성들의 색은 아니라는 결론에 도달한다. 핑크가 엄마라는 이미지와 양수, 자궁의 고유한 색상을 대변하기에, 모성 본능을 지닌 여자아이들이 본능적으로 따스함을 느끼는 색상이므로 여성과 어울린다고 추측할 뿐이다. 마음을 편안하게 하고 긴장을 누그러뜨리는 색, 보는 이에게 저마다의 영감을 주는 색, 핑크. 다가오는 봄 우리 주변 곳곳에서 핑크를 찾아보는 건 어떨까.
※ 참고 도서 : 컬러의 말 (카시아 세인트 클레어), 컬러 오브 아트 (스텔라 폴), 문명을 담은 팔레트 (남궁산), 색깔의 힘 (김정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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